[민은미 더봄] 아이돌 지망생 아들 둔 엄마의 하루

[민은미의 보석상자] (11) 처음 본 무대 위 아들 모습 뭉클 엄마 선물 목걸이한 모습에 눈물

2022-06-23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무대 위 아들의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빨간색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마이크를 쥔 고3 아들은 너무나 생소했다. 아들은 아이돌 지망생.

홍대에 있는 작은 소극장에서 열린 이날 공연에는 전국에서 아이돌 지망생 80여 명이 참석했다. 아들의 첫 무대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함께 한 유일한 혼성 무대였다. 노래는 ‘한여름밤의 꿀’이라는 제목. 래퍼와 댄서가 꿈인 아들은 이 노래의 랩 부분을 불렀다.

이날 공연에는 전국에서 아이돌 지망생 8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민은미

아이돌 지망생이라고 하면 흔히, 소속사가 있는 연습생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아들은 연습생이 되기 위해, 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한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무대 경험과 기획사 캐스팅을 위해 다니고 있는 학원에서 마련한 페스티벌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2달 넘게 열심히 준비해왔다.

공연 전날 밤 아들이 말했다. “엄마 주얼리 중에 내가 할만한 게 있을까? 엄마 주얼리 많잖아.” 몇 가지를 권해 주며 말했다. “엄마가 지난번에 사준 목걸이도 해.”

올해 초 국내 주얼리 브랜드가 BTS와 협업으로 만든 목걸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한 개를 선물한 적이 있다. 아이돌이 꿈이니 BTS의 기운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동작할 때 목걸이가 움직여 불편하다며 안할 거라고 했다.

올 초 아들에게 선물한 BTS 목걸이와 공연에서 낀 팔찌. /사진=민은미

중요한 행사라 제대로 준비가 필요했다. 전문적인 헤어와 메이크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샵을 수소문해 예약해 주었다. 처음 가보는 샵이라 위치를 못 찾을 수도 있어서 아들과 함께 아침부터 동행했다. 2가지 무대를 준비해야 해서 의상, 신발도 각각 달랐다. 짐이 무거울 정도였다.

리허설을 하고 있는 공연장에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공연 시간에 맞춰 다시 공연장으로 향했다. 객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가족, 친구들로 보이는 이들이 무대를 영상으로 녹화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도 아들 순서가 되면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뒷자리에 앉아 아들의 무대를 보는데 울컥하며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날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사진을 보니 아침부터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진=민은미

두번째 무대는 춤 위주였는데, 셔츠 깃 사이로 내가 선물했던 BTS 목걸이가 보였다. 불편해서 안 할 거라더니 마음이 바뀌었나보다. 아마도 엄마의 마음을 읽은 것 같다. 손목에는 내게 빌린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혹시나 엄마를 보고 공연 중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여전히 눈물이 마스크 속으로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러던 중에도 역시 주얼리가 있으니까 동작할 때마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임팩트가 크다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직업은 못 속이나 보다.

아들에게는 병이 있다. 무릎 아래에 뼈가 뿔처럼 튀어나와 통증을 일으키는 ‘오스굿씨 병’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시작됐는데, 휴식, 냉찜질, 운동을 자제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그러니 춤 동작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구부리는 동작을 할 때나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통증을 일으킨다. 이런 아픔과 그간 아들이 기울여온 노력이 무대에서 고스란히 보였다.

아들의 어릴 적 꿈은 ‘스포츠화 디자이너’, ‘레고 디자이너’였다. 꼬마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고 자연스럽게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작년 초,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미대 입시와 병행하다가 지금은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무대에 선 아들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BTS보다 더! 2022년 6월 5일. 오늘 하루는 꼭 기록하고 싶은 하루였다.

아이돌로 데뷔를 하든 안하든, 성공하든 못하든. 자신이 선택한 꿈을 향해 오늘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엄마의 선물, BTS 목걸이가 용기와 끈기를 가져다주기를 바라며, 응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