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 더봄] 보석감정사 시험 60점과 58점, 그 한끗 차이

[민은미의 보석상자] (13) 100점 만점에 60점 커트라인 자격시험 "58점으로 떨어졌어" 옆사람 말에 철렁

2022-07-02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시험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 고사장 위치를 확인하고 미리 방문해 봤다. /사진=민은미

시험 시간보다 여유 있게 2시간 전에 도착했다. 먼저 수험표에 나와 있는 고사장 위치를 확인하고 미리 그곳을 방문해 봤다. 대학입시 때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고사장을 확인한 뒤 근처 카페로 향했다. 필기 시험 전까지 남은 시간 약 1시간 40분.

고사장 근처 카페에 있는 필자. /사진=민은미

카페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정신을 집중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풀어본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틀렸던 문제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

틀렸던 문제는 다시는 틀리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몇 번을 다시 읽어봤지만 같은 문제를 계속 틀리고 있었다. 이처럼 필기 시험의 난이도는 높고 공부를 해야하는 범위는 넓다.

이번에 필자가 응시했던 ‘보석감정사’라는 국가자격증 얘기다.

 

보석감정사

‘감정’과 관련된 분야는 다양하다. 가령 선박과 선적 화물 관련 감정사, 부동산 및 동산 감정평가사, 도로교통사고 감정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보석·주얼리 분야에도 감정사가 있다. 앞서 말한 보석감정사인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보석감정사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을 취득한 자를 말한다.

보석감정사는 보석의 가치와 진위 여부를 감정 또는 감별한다. 보석의 빛깔, 연마 정도에 따라 등급을 판별하고 결정해서 보석감정서를 발부한다. 도매 및 소매 가격을 평가하는 것도 감정사의 몫이다. 보석의 가치를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한 자격증 시험이 필요한 것이다. 보석감정사는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해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 채용 시 우대받을 수 있어 취업에 유리하다. 또한 취득하는데 성별, 연령 제한이 없어 관련 분야의 창업을 원한다면 전반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보석감정사는 보석의 가치와 진위 여부를 감정 또는 감별한다. /픽사베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영국의 FGA(Fellows of the Gemmological Association) 등이다. 대한민국 보석감정사는 AGK(Authorized Gemologist Korea)라는 약자로 통용되고 있다. GIA나 FGA는 다른 나라 국적자들도 취득이 가능하다.

필자 또한 GIA에서 GD(Graduate Diamond)와 AJP(Applied Jewelry Professional)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어로 풀이하자면, 다이아몬드 감정사, 주얼리 전문가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이번에 보석감정사 자격증에 도전한 이유는 우연에 가깝다.

보통 국내 보석 교육 과정은 통합으로 진행하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보석 감정-보석 디자인-보석 세공을 한꺼번에 교육한다. 그러나 ‘유색 보석’만을 단독으로 수강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수강하게 됐는데, 수강생의 거의 대부분이 보석감정사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수업 내용이 보석감정사 자격증 취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필자 또한 자격증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미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해오다가 마음이 바뀐 것이다.

60점과 58점, 그 한끗 차이

보석감정사 응시 자격에는 연령, 학력, 경력, 성별, 지역 등에 대한 제한이 없다. 필기 ·실기 각각 100점을 만점으로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필기시험 60점 이상 합격한 자에 한해 실기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필기시험 범위는 ①보석학 일반 ②다이아몬드 감정법 ③보석 감별법 ④보석 가공기법이다. 그런데, 60점 이상 얻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카페에서 마지막 공부를 하고 있던 중, 전화 통화 중인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였다. “58점으로 떨어졌어. 이번에 출제 기준이 바뀌어서 예전에 출제하던 방식과 완전히 달라졌어.” 보석감정사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했다가 단 2점 차이로 불합격했다는 것이었다.

'아뿔싸! 나도 예전 기출문제집만 보고 공부했는데···. 과연 60점을 넘을 수 있을까. 출제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ㅠ' 

시험 시간 20분 전 고사장으로 향했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계속>

고사장 입실 전 휴대폰 전원은 꺼야 한다. /사진=민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