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야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⑦ ‘돌아오니 모두가 웃는 얼굴’

오구니 시로 PD『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일곱 번째 이야기

2022-06-09     최영은 기자

 

오픈날 아침, 홀에서 일을 하기로 되어있는 분들이 레스토랑에 들어서며, “여기가 어디지? 오늘은 무얼 하는 겁니까?”하고 웅성거렸다. 물론 전부터 계속 “일 한번 해보시지 않을래요?” 말은 했지만 약간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첫날은 교대로 여섯 분이 참가했다. 휴게실은 레스토랑 2층. 교대 순서를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을 하다 피곤할 때 누워서 쉴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기에 담요도 준비해 놓았다. 휴게실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어르신들은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한다.

“오늘은 무얼 하러 온 거유?” 하고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대 시간이 가까워지면 우리 직원들은 일단 큰소리로 말을 건다.

“자, 이제 교대 시간입니다.”

“뭐 하는데?”

“홀에서 일하기로 하셨잖아요. 손님들한테 주문도 받고, 식사도 가져다 드리고.”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럼요, 그럼요. 한번 해 보세요.”

“아, 드디어 나가실 차례에요!”

“손님이 잔뜩 와 있어요!”

온갖 방법으로 기분을 띄워서 어떻게든 동기부여를 해 보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그런데 막상 교대 시간이 되자 홀에서 돌아온 한 분이, “나는 휴식시간 필요 없어”하더니 다시 홀로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어! 교대할 차례 아닌가?! 기다리는 어르신들 기분 띄워드리려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쉬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을 만큼 기분도 좋고 체력도 따라주어 ‘다행이다’ 싶지만, 휴게실에서는 ‘자, 이제 내 차례!’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결국 말하고 만다. “그럼 다시 한 번 나가실게요.” 그러니까 ‘교대 없이’ 다시 일을 하러 나가는 분이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음, 어떻게 달래지?’ 순식간에 자기 차례를 빼앗겨 버려 영문을 몰라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지루해 하는 분도 있다. “천천히 식사부터 하시죠. 이불 있으니까 좀 누우세요.” 하고 말을 걸어도, “나는 왜 일을 안 시키지?”하고 울상을 짓더니, “그만 돌아갈래” 하고는 그냥 가버렸다.

어쨌든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기분을 달래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산책 좀 하고 올까요?” 간신히 달래서 밖으로 나갔다. 개중에는 도저히 참지 못하는 분도 있다. “바로 저 앞이 아라카와 구청이니까 갈래요.”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 아라카와 그룹 홈에서 온 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라카와 구청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다른 동네에요. 아라카와에서 레스토랑으로 오신 거예요.” 몇 번을 설명해도, “아라카와 구청이니까 이제 갈래요.” 도무지 고집을 꺾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린 것이다.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노릇. 안타깝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레스토랑으로 다시 돌아오니 휴게실 분위기가 어딘가 모르게 살벌해진 것 같았다. 불쾌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가 싶더니,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아, 역시!’ 슬슬 한계가 오나 싶은 순간, 우리 직원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차, 점심 식사를 아직!’

밥을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다그치시는데, 실행위원들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더 이상은 안 되겠는데.”

“그런 것 같아.”

휴게실을 담당하고 있던 직원들 이야기를 듣고 나는 부리나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당연히 목표는 주먹밥과 샌드위치. 어르신들의 배를 채워주지 않으면 안 된다. 최대한 많이 사서 서둘러 돌아왔다.

하나같이 정말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앞다투어 달려드는 바람에 주먹밥과 샌드위치는 순식간에 바닥이 나버렸다. 그 사이 스태프들도 식사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상황을 눈치챈 듯, “식사 준비되었으니 드세요”라며 과자와 만두, 피자 등을 가져 왔다. 물론 이것도 게 눈 감추듯 깨끗이 비워버렸다.

덕분에 모두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다. 배가 불러오자 누구랄 것도 없이 포만감을 즐긴다. 휴게실 사람들 얼굴에도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달콤한 음식은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최고의 아이템. 그룹 홈에서도 단 음식이 나오면 어르신들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묻어난다. 이후로도 휴게실은 차례가 되어 나가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들로 늘 분주했다. 조금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는 이불을 깔아주고 쉴 수 있도록 해드렸다. 반면 웃음과 의욕이 넘쳐서 아예 홀에서 돌아오지 않는 분도 있을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허기로 발끈했던 분도, 산책을 하고 나니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오니 마침 본인 차례가 되었다.

“이제 홀에 나가실 시간이네요. 준비 되셨죠?”

“그럼요.”

“그럼 수고해 주세요. 잘 다녀오세요.”

“잘할 수 있을까.”

“그럼요, 잘하실 수 있어요.”

“그래, 잘할 수 있어. 다녀올게요.”

다소 긴장되어 보이면서도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표정으로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일을 마치고 휴게실로 돌아오면 모두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피곤해!” 말을 하면서 얼굴 가득 미소가 넘쳤다. 그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일을 하러 나갈 때의 걱정도, 돌아왔을 때의 안쓰러움도 말끔히 사라졌다.

모두가 지금껏 본 적 없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역할을 가진다는 것이 사람을 이토록 빛나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분들을 보며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하루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온통 난생 처음 경험했던 일들뿐이었으니까.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