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도藥]① 의약품 되면 4조 가치 '마약'···합법화 목소리 커진다
[마약도藥] : 마약도 '약'이다 대마 CBD 성분, 치매 원인 물질 30% 줄여줘 해외선 이미 고부가가치 산업...합법화 필요 2028년 글로벌 CBD 시장 약 15조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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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 약이다. 치매와 뇌전증 등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있어서다. 해외에선 의약품으로 대마 유통이 합법화되는 추세다. 한 제약사는 마약 하나로 연 매출 5584억원을 찍었다. 세계 시장 규모 4조원의 엄청난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의약품 사용조차 제한적이다. 뇌전증 환자에게만 일부 합법화됐다. 대마 성분인 CBD는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데,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국내서도 마약 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CBD 성분을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과연 국내 치매 환자도 CBD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여성경제신문이 따져본다. [편집자 주] ① 의약품 되면 4조 가치 '마약'···합법화 목소리 커진다 |
의료용 대마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데 국내에선 대마가 마약류로 지정돼, 의약품·식품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캐나다, 독일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선 대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제약사 재즈 파마슈티컬은 대마초에 약 12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대마 추출물로 만든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 하나로 2020년 한 해에만 558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찍었다.
대마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마 성분인 CBD(Cannabinoid) 때문이다. 치매 환자에게 도움되는 성분인데, 치매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체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약 30%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마에 함유된 CBD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마 식물에 델타9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과 CBD가 가장 흔한 형태로 존재해서다.
CBD 성분에는 적은 양의 THC라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성분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고 뇌전증·치매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식품, 음료, 식품첨가물로 CBD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는 법적으로 대마 및 대마 성분이 농산물로 분류돼 있고 식품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추세다.
자료조사 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CBD 시장은 지난 2018년 1조1600억원에서 지난해 3조9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CBD 성분 하나로 친환경 천연섬유 의류, 샐러드 오일, 단백질 분말, 대마 건축자재, 대마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대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오는 2028년 대마 시장은 15조원까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대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의료용 대마 전면 합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웅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의료용 대마는 특히 치매 환자에게 큰 효과가 있다"며 "전면 합법화를 통해 제도권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CBD를 활용한 산업이 활발하다. 글로벌 CBD 시장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은 현재 36개 주에서 CBD를 활용한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상태다. 캐나다는 의료목적대마사용등록제(ACMPR)를 도입하기도 했다. 2020년 기준 3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대마 성분으로 치료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선 약학계를 중심으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해 연구회 모임을 구성하는 등, 대마 산업화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료용대마연구회가 출범했고, 이 단체는 춘계 심포지엄 등을 통해 CBD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화 발판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진흥청은 의료용 대마 식물체 개발을 위한 기술 특허출원을 진행하면서, 합법화 이후 곧바로 산업화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농진청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 "의료용 대마에 대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국내 대마 관련법은 지난 1976년 제정됐다. 약 40년 된 일명 '구석기 법'이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산업용 대마 원료는 일반인에게 판매가 금지된다.
법안을 다루는 국회는 대마가 중독 물질인 만큼 악용 사례 대처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CBD의 의료용 합법화 취지는 굉장히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대량 함유할 경우 중독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악용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악용 사례에 대해 어떤 방지책을 낼지 먼저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