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야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⑥ ‘깜빡해버린 돈’
오구니 시로 PD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여섯 번째 이야기
여든두 살의 히데코 할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지 벌써 7, 8년이 되어간다. 평상시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기 때문에, 간병 시설(소규모 기능형 재택 간병)에서는 ‘통원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숙박 서비스’로 단기간 머무는 정도다.
히데코 할머니는 원래 에테가미(손그림을 곁들인 편지)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히데코 할머니가 처음 통원 치료를 다니고 있을 때, 그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 앞에서 자못 선생님 같은 말투로, “이런, 그 선은 아니예요. 자, 이렇게 써보세요”하며 그림 편지 쓰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하던 모습이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할머니인데, 선생님 모드로 돌입하자 갑자기 엄전해지는 것이 재미를 넘어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선생님 경력 덕분일까, 히데코 할머니는 주변 사람을 아주 잘 챙기는 사람이다. 손끝도 야무지고 살림 솜씨도 아주 좋다.
우리 간병 시설에서는 이용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히데코 할머니는 그럴 때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할머니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따라서 부담도 많다고 느끼는 탓인지, “왜 나만 해야 해! 다른 사람도 더 해야지!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잖아!” 하고 종종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기본 성품은 온화하지만 갑자기 근엄해진다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듯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히데코 할머니. 이번에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는데,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일을 너무 잘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을 잘한다는 말이 실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실수는 있었다. 다만 무엇보다 감격스러웠던 것은 히데코 할머니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토록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의 히데코 할머니는 본 적이 없다. 얼굴에 잔뜩 주름을 잡으려 환하게 웃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진심으로 식당 일을 즐기고 마음 충만해 하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최선을 다해서 첫날을 마무리한 히데코 할머니였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몹시 지쳐 있었다. 말수도 줄어들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의자에 쓰러지듯 기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목격했다.
히데코 할머니가 웃옷을 살짝 벗더니, 사례금으로 받은 돈을 보물처럼 다루면서 꺼내서는 스커트 허리춤에 끼워 넣는 순간을……! “그거 따님한테 보여주시려고요?” 물어보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하고 대답했다.
그 사례금, 결국 어디로 가버렸는지 지금으로서는 행방불명이다. 따님에게 확인해 보았지만, 히데코 할머니에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에게 직접 물어본들 이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리라.
사실 히데코 할머니의 치매는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의 일도 다음 날엔 어렴풋이 기억했지만, 그 다음 날이 되자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하더니 지금은 아예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사례금도 분명히 다음 날까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집에 도착해서는 어딘가에 잘 넣어두었을 것이다. 너무도 오랜만에 스스로 일을 해서 번 돈이다. 얼마나 소중하고 보물 같았을까.
그 보물을 어디에 간직해 두었는지 히데코 할머니는 이제 잊어버렸다. 보물이 있었다는 것도, 그 보물을 어떻게 얻었는지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 즐겁고 행복했으리라. 그것만은 틀림없다.
히데코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졌지만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일을 즐기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즐기며,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그 경험을 머릿속에 기억해 둘 수는 없어도, 틀림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을 테니까.
다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보아야겠다.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