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폐지에… 尹대통령 친인척 수사 공정성 논란

대통령실 "검수완박·민정수석실 폐지 등 이전 정권과 상황 달라"

2022-05-31     최수빈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 입구 사진. /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제를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수사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수사기관이 특별감찰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감찰관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명분이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윤석열 사단’을 검찰 주요 보직에 배치해 권력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오후 용산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과 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실의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 폐지 등 전반적으로 이 정부가 맞닥뜨린 환경은 이전과 굉장히 다르다”며 “(특별감찰관을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 대신 어디에서 권력형 비리를 다루느냐’라는 질문에는 “검경이 있다”면서도 “여러 대안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여성경제신문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특별감찰관실을 찾자 특별감찰관실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 폐지에 관해서 (대통령실로부터) 전해 들은 바가 전혀 없으나 현재 특별감찰관 자리는 공석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청와대 공무원을 감찰하는 직책이다. 검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도입됐다. 특별감찰관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모금을 포착하는 등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업무가 중첩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한 바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특별감찰 범위와 대상을 대통령 8촌 이내 친척과 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특별감찰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부터 특별감찰관제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3월 14일 김은혜 당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수위에서 (특별감찰관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드릴 사안”이라며 “당선인은 늘 일관되게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허위경력 문제, 장모 최모씨 관련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야권은 “가족수사를 은폐할 수 있도록 ‘한동훈 권력 몰아주기’를 강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공동총괄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와 정보를 장악한 법무부 장관은 박정희 시절 정보부장·비서실장·경호실장보다 높은 초법적 권력이 됐고 대통령 가족들과 수석들은 감찰관 임명이라는 윤 대통령의 공약 파기로 초법적·제왕적 법무부, (다시 말해) 황(皇)무부의 비호를 받아 무한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법무부와 검찰이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기능에 이어 이제는 특별감찰관 권력까지 한손에 쥐게 됐다”며 “겉으로는 '특별감찰관실 폐지'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법무부·검찰에 귀속시키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감찰관이 폐지되면 대통령 배우자 등에 대한 수사도 마음만 먹으면 검찰이 뭉갤 수 있다”며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대한 검증권한에 더해 대통령 배우자 수사 뭉갤 권한까지 법무부‧검찰에 몰아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한동훈 장관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문제를 떠나서 (법무부 장관은) 내각에 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라며 “법무부에 인사 검증 기능을 두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측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은 그 어느 정권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며 "만에 하나, 오늘 기사가 선거를 앞두고 의도된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에 의해 나온 얘기라면 대통령실 또한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