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현장] "언제 갈지 모르는데, 화재쯤이야..." 불탄 용산 텐트촌
텐트 2곳 불에 타 노숙인 생필품 재산 손해 '화재 원인 몰라', 일부 주민 "가스버너 문제"
"놀라진 않으셨어요?",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 뭐 이 정도로..."
용산역 노숙인 집단 거주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시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있는 일명 '텐트촌'에서 불이 나 현장에 설치된 텐트 2곳이 타버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5일 오후 5시 30분경 "노숙인 텐트에서 불이 났다"는 주민의 신고가 해당 지역 관할 소방서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차량 22대를 투입했고 10분 뒤 불은 완전히 꺼졌다.
여성경제신문은 해당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불이 난 텐트 주변은 새까맣게 그을렸고 주전자, 가스버너, 음식물 등 생필품은 모두 잿더미가 됐다. 화재가 발생한 텐트 거주민은 자리에 없었다.
인근 텐트에 사는 노숙인 A씨는 기자에게 "주방 시설이 없어서 가스버너로 라면 등 음식을 해 먹는데, 이 가스버너가 쓰러져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일 본지가 보도한 '[김현우의 현장] 맹추위 다가오는데, 금싸라기땅에 친 텐트 한 장만으로...'를 보면, 텐트촌은 용산구 서쪽 중심지에 위치한 용산역과 아이파크몰 뒤편에 위치했다. 노숙인은 이곳에 텐트를 설치해 거주 시설을 만들어 생활을 이어갔다.
취재 당시 텐트는 30여개 있었고, 현장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28명가량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소방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화기 등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 장치가 있지만, 대부분 사용 기한이 지나거나 불량이다. 특히 텐트촌 지역은 나무가 울창한 곳이어서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현장을 찾은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원인을 찾아야겠지만, 방화 등의 범죄 가능성은 적다"라며 "담배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과 현장에서 취사하면서 불이 옮겨붙었을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화재에 굉장히 취약한 곳인데, 인명 피해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이후 텐트촌 거주 노숙인 대부분은 텐트 안에 머물러 있었다. 화재 상황이 마무리돼 분위기는 조용했다. 텐트촌 노숙인 B씨는 '놀라진 않으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인데 뭐 이 정도로 놀라겠냐"라고 답했다.
불이 난 텐트 바로 옆에 위치한 텐트에 거주하는 C씨는 "잠시 옆에 위치한 아이파크몰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불이 나고 있었다"라며 "놀라서 뛰어갔는데 다행히 (화재가 발생한 텐트) 주인은 자리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