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웃링크 강제법에 언론계 "저널리즘 질적 저하 우려"
규제 법안,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 아웃링크면 능사? “자율 규제 환경 먼저다”
인터넷신문협회가 개최한 ‘포털뉴스 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에서 언론학계와 직능 단체 인사들이 입법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개정안’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언론 환경 고려가 전무한 법안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은 지난 27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70인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 당론의 일환이다. △포털의 기사 편집·배열 금지 △뉴스 제공 방식에 아웃링크 강제 등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발의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중이다. |
23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털뉴스 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는 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이 해당 법안에 우려를 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법안”이라며 “뉴스 생산자와 이용자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노력이 법안 속에 없다. 언론에 대한 규제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 발제에 나선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 내용과 쟁점’을 주제로 언론의 자율 규제를 이끌어낼 해법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법안에서 강조하는 아웃링크 방식이 현재 언론의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저널리즘의 붕괴가 심각한 당면 과제이지 포털의 알고리즘으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안에서 강조하는 아웃링크는 과거에도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이나 소비자 불신을 불러왔던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2009년 네이버 뉴스캐스트 도입에 따라 언론사 경쟁이 심화됐던 때 아웃링크에 다수 부작용이 발생했다. △낚시성 제목 △피싱 광고수의 증가 △홈페이지 로딩 시간 지연 등이 초래된 것이다. 이를 본 뉴스 이용자들은 뉴스 환경이 혼탁해졌다는 평도 쏟아냈다.
경쟁 심화에 따라 ‘취재하지 않고 쓰는 기사’도 넘쳐났다. 김 변호사는 “메인뉴스에 올라가는 10건 중 4건이 취재하지 않고 쓴 기사였다”며 “심지어 유령 기자를 내세워 기사형 광고를 양산하는 행태도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언론 문제를 법안이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며 “법안의 뉴스 서비스 규제가 이용자 선호와 무관하게 언론 비즈니스 모델을 방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 설명에 따르면 아웃링크를 강제할 경우 언론사 차원에선 서버나 웹 환경 재구축 등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필요해 과다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위험한 온라인 광고와 취재하지 않는 언론 행태에 대한 자율규제와 제재가 우선돼야 한다”며 “포털 뉴스 추천 시스템과 알고리즘과 관련해선 데이터 접근에 관한 투명성이 보장되는 게 우선이다. 이것이 바람직한 언론 생태계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6명 패널 토론···법적 문제점과 우려 효과는?
법안, 이용자 고려 없어...“부작용 가능성 커”
이어지는 토론에선 6명의 패널이 법안의 법리적 문제점과 뉴스 이용자에게 미칠 효과에 대해 입장을 공유했다.
먼저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와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갖는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보통신망법개정안에 ‘민주주의 정신을 위태롭게 만드는 위헌적 과잉 규제’라고 평했다. 그는 “언론을 대할 때 이용자의 취사 선택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저널리즘 가치를 희생시킨 언론에 설명 책임을 법제화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도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합헌성을 갖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법안에서 지적하는 ‘편향’ ‘불공정’ 등 사회적 해악이 실제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가 사적 서비스를 함부로 규제할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대형 언론만 남고 군소 언론이 죽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파생될 효과도 논의됐다. 홍주현 국민대학교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이용자가 뉴스를 접하는 환경’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 교수는 “포털에 대한 불신이 법안에 깔려 있는데 설문 결과 뉴스 이용자는 포털을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로 미루어 볼 때 사람들이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볼 수 없게 되면 인터넷 뉴스부터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98%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언론을 포털에서 소비하고 있다는 결과도 있다”며 앞서 입장을 보충했다. 정 총장은 “개정 법안은 소비자의 뉴스 이용 행태나 의도를 반영하지 않아 한계를 지녔다. 무엇을 규제할 건지 분명히 하고 언론 환경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탈포털은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면서도 “규제를 위해서 (정보통신)망법을 도구로 채택한 건 아닌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웃링크를 강제하면서 생기는 인턴과 계약직 등 홈페이지 기술 인력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 이를 강제하는 법안은 관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영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대형 언론과 군소 언론이 입을 영향에 대한 다차원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데이터와 알고리즘 문제를 혼용해서 알고리즘에 규제를 몰아주는 건 옳지 않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