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하루 2번 사고에도 국토부 침묵

청주선 뒤로···대구선 앞으로 쏟아진 타워 붐 청주 사고에 스토퍼 하자···“더 길고 튼튼해야” 대구, 타워 지지 이상 “타워 전체 쓰러질 수도”

2022-05-21     이호준 기자
2022년 5월 10일 오전 10시 경 청주시 복대동 소재 ‘더 샵 청주센트럴 아파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붐이 뒤로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

#2022년 5월 10일 오전 10시 경 청주시 복대동 소재 ‘더 샵 청주센트럴 아파트’ 현장에서 붐이 뒤로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HK360L-18 L형 타워크레인에서다. 사고 기종은 타워 높이를 조정하는 텔레스코핑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2022년 5월 10일 오전 14시 경 대구광역시 수성구 ‘수성범어W’ 건축 현장에서도 사고가 이어졌다. 와이어로프 교체 과정에서 붐이 앞으로 고꾸라진 사고다. 장비는 에버다임이 제작한 ED300L16 L형 타워크레인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2022년 5월 10일 오전 14시 경 대구광역시 수성구 ‘수성범어W’ 건축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 사고가 있었다. /독자 제공

청주와 대구의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타워크레인 붐대가 넘어지면서 국토교통부의 타워크레인 관리 감독에 책임론이 일고 있다. 타워크레인 업계는 안전 인증이나 실태 점검 등 필수 타워크레인 관리에 국토부가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같은 날 발생한 청주와 대구 두 현장 사고에 국토부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자체 점검에선 타워크레인 방호장치에 하자가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정상적인 방호 장치는 사고에도 영향이 없어야 맞으나 사고와 함께 방호장치도 무너진 것이다.

청주 현장 관계자는 스토퍼가 말썽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여성경제신문DB

청주 현장 관계자는 스토퍼가 말썽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스토퍼는 L형 타워크레인의 붐대 상하 작업 시 작동해 타워의 불균형을 방지하는 장치다. 스토퍼의 주 기능은 붐대를 일정 각도 이상 들어 올릴 수 없게 막는 것이다. 대개 83~87도까지 붐대가 수직에 가깝게 들렸을 때 스토퍼와 닿으면 작동을 멈추는 식이다.

타워크레인 임대업 관리직에서 근무하는 익명의 관계자는 “사고 직후 확인 결과 스토퍼가 훼손됐다. 이는 하자성이 있는 부분이다. 스토퍼가 더 길고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졌다면 청주 사고처럼 붐이 뒤로 넘어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발생 시 제작사는 자사 기종에 절대 하자가 없다는 식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라며 “점검을 자주 하거나 방호장치 같은 부품에 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한데 국토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구 현장에선 붐대가 무너진 후 잇따른 충격으로 아파트 벽체에서 타워크레인이 분리됐다. /독자 제공

대구 현장에선 붐대가 무너진 후 잇따른 충격으로 아파트 벽체에서 타워크레인이 분리됐다. 현장 관계자는 “붐대가 내려앉은 뒤 브레싱 지지대가 벽면에서 그대로 분리됐다”고 전했다. 볼트 4개로 건물 벽면과 타워 몸체가 연결됐지만 붐대가 무너지자 바로 끊어져버린 것이다. 그는 “모든 지지대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자칫 붐대 뿐 아니라 타워 전체가 쓰러질 수도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원희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홍보국장은 “2022년 들어 붐대가 무너지는 사고만 5회 이상이다. 이런 사고는 항상 국토부에 보고가 들어가는데 인명 사고가 아니라면 실질 집계로 잡히지 않고 있다”며 “위험 실태가 알려졌음에도 국토부는 무신경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벽체 지지도 벽과 철골 자재가 들뜨면 콘크리트로 보강한 뒤 굳기도 전에 타워를 가동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국토부의 타워크레인 관리를 비판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엉터리 조사로 사고 때마다 비상식적인 대책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가 구조 결함을 개선하지 않고 타워크레인 기계 문제를 은폐하는 점이 문제라고 봤다.

경실련 측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제작과 수입·기기 인증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토부는 하루 빨리 전반적인 실태 점검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토부 건설산업과 관계자는 “향후 대책이나 관련 내용은 취합해 따로 알리겠다”고 답했다.

※ 용어 해설: 붐 (BOOM)
붐은 타워크레인 부속 가운데 팔처럼 앞으로 뻗은 긴 장치를 의미한다. 끝에 달린 갈고리(인양 고리)를 활용해 물건을 달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