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건의 소비자] 임영웅 CD 100만장 판매의 명암

아이돌 팬 CD 사재기 따라하는 어른

2022-06-04     백영건 기자

가요계에서 임영웅 신드롬이 좀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년여 전쯤 TV조선의 미스터트롯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임영웅. 그때 형성된 팬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가 확장되고 더욱 두터워져 왔음이 틀림없다. 최근 임영웅의 신곡 CD가 1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멜론 같은 음원 사이트에서 CD에 수록된 거의 전곡이 상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임영웅 정규 1집 음반 유통사 드림어스컴퍼니가 임영웅의 정규 1집 '아임 히어로'(IM HERO)의 선 주문량이 100만 장을 넘어서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고 5월 3일 밝혔다. 임영웅 '아임 히어로' 앨범 이미지. /물고기뮤직 제공=연합뉴스

최근 용산전자상가에 CD를 사러 갔다가 판매상에게 “임영웅 CD가 1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는데 재미 좀 보셨겠네요”라고 말했더니 오히려 울상을 지었다.

“우리도 그럴 줄 알고 CD를 많이 주문해 놓았어요. 그런데 여러 손님들이 노쇼(주문만 해놓고는 사가지 않는 것)를 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았어요”라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일부 팬들이 인터넷으로 한번에 수십 장씩 CD를 사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 예약을 했던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공짜로 원하는 CD가 생겼는데 돈 주고 다시 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동안 아이돌 팬들의 CD나 음원 사재기는 여러 차례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주로 중노년층인 임영웅 팬들이 손자 손녀들의 CD 사재기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스트리밍 차트에서 임영웅의 신곡 대다수가 상위에 랭크된 것을 두고도 잡음이 새나왔다. 음원 사이트 게시판에는 임영웅 팬들이 신곡 음원을 상위에 랭크시키기 위해 밤새 음원을 틀어놓는 게 틀림없다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밤이면 임영웅 음원이 랭크의 상위로 올라갔다가 아이돌 팬들이 일어나 활동하는 낮이면 아이돌 음원이 랭크의 상위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순수하게 음악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고 이것이 집계되어 랭킹이 형성되는 기능을 넘어 스타들의 팬덤 파워가 격돌하는 전쟁터가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랭킹은 제로섬 게임의 세계다. 누군가 위로 올라가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누군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팬덤 활동은 개개인이 스스로의 즐거움과 위안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자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는 활동이다. 대상이 되는 뮤지션도 정신적 물질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동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극성 팬의 도를 넘는 활동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다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