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까지 국가안보 영역으로···韓 외교전으로 통할까?
日 의회, 반도체 공급망 강화 법안 통과 尹 외교적 대안 찾는 사이, 제재 강화돼 전략물자통제 국가위상 제고 위해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에 방점을 둔 경제안보 역량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수출입 통제에 방점을 둔 경제안보법을 통과시키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첨단기술 개발 및 보호 등을 골자로 한 일본의 경제안보법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번 법안에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힘을 보탰다.
일본 경제안보법엔 △반도체 등 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한 인프라 산업 사전 심사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군사 전용 가능 기술의 특허 비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기·가스·석유·수도·전기통신·방송·우편·금융·신용카드·철도·화물자동차운송·외항화물·항공·공항 등 14개 인프라 기업이 '중요 설비(시스템)'를 도입할 때 외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사전에 심사 받도록 했다.
또 민관 협력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개발할 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민관협력협의회'를 설치해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특허 정보는 비공개로 하고 이를 누설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100만엔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은 다소 뒤쳐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경제안보비서관을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에 신설하고, 중국 전문가인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를 발탁해 외교적 역량 강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한·미 경제안보 회의를 한·미·일 장관급 회의로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여러 방면의 대화를 통해 전략물자 수급을 활성화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참가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런 전략이 전략물자에 대한 엄격한 수출입 관리·통제를 통해 힘의 우위를 누리는 경쟁국에 비해 실속을 챙기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시작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제가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같은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는 것.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가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식이 저조한 편"이라며 "대내외 인지도 강화와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전략물자관리에 엄격하게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