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추억의 '각그랜저' 뉴트로로 재조명 받으려면

[김필수의 Car톡] 국내 클래식카 문화 '미미'···기술 투자 일변도 선례 많은 해외···"클래식카, 한국도 태동해야"

2022-05-09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클래식카 트렌드’는 옛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부품 등 속살을 바꾸는 행위 또는 이를 수집·거래하는 문화를 포함한다. /연합뉴스

자동차 기능이 움직이는 생활 취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다. 여기서 ‘과거 역사를 통한 미래 지향성’은 주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새로운 뉴트로인 ‘클래식카’ 트렌드에 주목해봐야 한다.

클래식카는 오래된 자동차를 뜻하는 용어다. ‘클래식카 트렌드’는 옛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부품 등 속살을 바꾸는 행위 또는 이를 수집·거래하는 문화를 포함한다. 필자는 미래 다양성을 강조할 산업군으로 클래식카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역사를 존중하는 의미와 함께 신선한 디자인 이점으로 시장가치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점에도 국내 자동차 디자인의 회고 움직임은 미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짧고 기술집약적인 자동차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클래식카 영역은 일반 수집가 외엔 관련 단체도 구축되지 않았을 정도로 비좁다. 심지어 정부도 클래식카는 관심 밖이다. 정부의 미래차 기조는 무공해 자동차로 문화보단 기술투자에 집중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린 한국 자동차 산업에 전환이 필요하다. 이젠 과거 자동차 모델도 되짚어보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출 때다.

미국 경매 전문 회사 '바렛 잭슨' 주최로 컬렉터 클래식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바렛 잭슨(Barrett-Jackson)

우선 생소한 인식을 깨기 위해 클래식카를 자주 만나볼 시장이 필요하다. 독일·일본·미국 등 선진국에 선례가 많다. 이 국가에선 각종 전시는 물론 △보존 아이디어 공유 △옥션 판매 △수리 및 복원 전문가·딜러 일자리 창출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를테면 미국 바렛 잭슨(Barrett-Jackson)·일본 BH옥션 등이 대표적인 클래식카 시장이다. 여기에선 대중적인 클래식카를 취급하면서도 튜닝 등 부품 교체를 거치기도 한다. 특히 복원 시 과거 수작업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클래식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소비자 공감대도 생겼다. 이는 관련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했다. 수작업을 거치는 만큼 차 한 대에 여러 일자리가 창출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 국가마다 수 조원 시장이 생길 수 있었다.

클래식카 제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독일에선 클래식카 운행 조건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클래식카가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못 맞추다보니 생긴 일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클래식카에 대한 연간 운행 거리를 법제화 했다. 규제에 대한 인센티브도 함께 마련됐다. 특별 번호판을 제작해주거나 옥션 거래를 지원해 클래식카 트렌드를 수면 위로 올리는 방법 등이다.

국내에서도 클래식카의 태동을 볼 수 있을까. 한국 자동차는 여전히 소비재로 쓰인다. 필자는 자동차가 기술 척도 뿐 아니라 문화 척도로도 기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현대차가 ‘각 그랜저’를 EV로 만들어 공개하는 등 높아지는 관심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 또한 판매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새로 출범한 정부도 오래된 차를 보유한 오너에게 보험이나 수리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과거 자동차를 재조명할 계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클래식카가 기술 일변도 한국 자동차 시장을 변화시킬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급변하는 지금이 클래식카가 '뉴트로'로 주목받을 적기다.

※ 용어 해설: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옛것을 새롭게(New) 즐기는 신복고 문화를 일컫는다. 이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과 연관된다. 이를 접하는 신세대에겐 옛것을 즐기는 수준에서 벗어난 새 문화인 셈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