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선] 국힘 컷오프 혼선… ‘기사회생’한 단체장 후보들

'현역' 이강덕 포항시장·장욱현 영주시장 회생 동대문구 이필형 후보 컷오프에도 최종 경선 통과

2022-05-04     이상무 기자
 2일 경북 포항시청 앞에서 포항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예비후보 4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식, 박승호, 문충운, 김순견 예비후보. /연합뉴스

6·1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1차 컷오프 된 예비후보들이 재심 청구 후 다시 경선 대상자에 포함되는 일이 속출해 공천 기준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4일 국민의힘 경북도당에 따르면 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포항시장에 이강덕, 김순견, 문충운, 박승호, 장경식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6∼7일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이 중 현직 시장인 이강덕 예비후보는 당초 도당 공관위가 지난달 22일 현역 단체장에 대한 교체지수 조사를 근거로 공천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이 예비후보가 재심을 청구했고, 중앙당 공관위는 교체지수 조사의 공정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도당 공관위에 재심의를 요청해 5명 경선이 결정됐다. 

또 다른 현역 단체장인 장욱현 영주시장 예비후보, 김영만 군위군수 예비후보도 컷오프에서 회생했다. 다만 김 예비후보는 2차 경선에 불참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신계용 과천시장 예비후보를 과거 해당 행위 의혹으로 컷오프했다가 청구된 재심을 인용해 다시 경선 기회를 부여했다.

이러한 각 지역당 공관위의 '뒤집기' 결정에 1차 경선을 통과한 예비후보들은 반발했다. 예상과 다르게 경쟁자가 한명 늘어나 2차 경선 통과가 불투명하게 됐기 때문이다.

포항시장에 출마한 김순견·문충운·박승호·장경식 예비후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강덕 예비후보는 교체지수로 인해 컷오프 됐는데도 시민단체 및 지지자들의 격렬한 집회를 앞세워 다시 경선에 참여하게 됐다.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규탄했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이필형 후보는 1차 컷오프 됐지만 재심 청구해 경선이 실시됐고, 4인 중 최다 득표를 얻었다. 이는 서울 18개 구청장 후보 중 유일하다.

문제는 지역 공관위의 오락가락한 기초단체장 공천 기준이 '깜깜이'라는 것이다. 

부산 기장군수 김쌍우 예비후보는 컷오프 됐다가 중앙당의 결정으로 회생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경선에서 배제됐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달 29일 “중앙당 공관위와 기장군 당협위원장은 경선 배제에 근거를 제시하라.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저항하고 투쟁하겠다”고 반발하며 삭발했다. 또한 4일 현재 엿새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중앙당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정했는데 지역당이 당선에 유력한 예비후보를 컷오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 중앙당부터 강원도지사 김진태 예비후보를 컷오프 했다가 최종 후보로 확정하는 혼선을 빚은 바 있기는 하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각 시도당에 공천을 맡겨놓다보니까 중앙당이 정정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며 "시당 위원장의 '사심 공천'이 진행돼 큰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로 확정된 결과를 놓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김진천 마포구청장 후보는 160억원 규모의 '환치기'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지난 2002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의당에 따르면 이는 유형 상 국민의힘 당규의 공천 배제 기준인 '사기, 횡령 등 재산범죄'에 속한다.

일부 지역은 공천에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서울 송파병의 경우 김근식 당협위원장이 구의원·시의원 출마 희망자에게 불출마를 회유·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본지에 "송파병은 따로 외부인사를 포함한 '송파병 공관위'에서 심사평가해서 시당 공관위에 의견을 전달했고, 최종 결정은 시당공관위에서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