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황금 산업' 배터리 재활용···"기반 닦아 준비해야"

[김필수의 Car톡] 폐 배터리, 재활용 시 10년 추가 사용 국내 수준 '아직'···밸류체인 구축 먼저

2022-05-02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언급될 정도로 전도유망하다. /연합뉴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어떻게 처리할지 난제인 상황에서 배터리 리사이클링이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 전기차 보급도 매년 느는 만큼 폐배터리 활용에도 선도적인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배터리 원자재 확보 방안의 일종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수거해 배터리 충전 용량이 70% 이상일 경우 비상용 ESS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그 미만인 경우엔 니켈 등 각종 희귀금속 추출이 가능하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7~8년 정도 사용한 배터리가 1차 수명이 끝난 뒤 용도를 변경해 재활용하면 신제품 대비 70~80% 효율로 10년 이상 추가 사용이 된다고 했다. 사실상 원자재 수입의 대안 선택지론 손색없는 기술이다.

이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언급될 정도로 전도유망하다. 실제 국내에서도 전기차 폐차 후 추출된 배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9년까지 전기차 폐배터리는 8만개 가까이 누적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산업은 공정 체계가 없고 기술 표준도 부재다. 법·제도 기반도 매우 약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도 시범 공정을 통한 초기 단계로 마찬가지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나라가 기술 수준 확보를 기다리기보다 산업을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입 의존이 높은 국내 특성 상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이 주요 숙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배터리 리사이클링이 원활하게 이뤄질 밸류 체인 구축이 필수적이다. 전체적인 사슬을 제대로 구성해 미래 모빌리티 선점 기회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을 선진형으로 발전시킬 시스템이 자동차 산업 전 분야에서 공유돼야 한다.

현재로선 배터리 블랙 파우더에서 원자재 고순도 추출로 이어지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겠다. 배터리 셀을 파쇄하면 소재에 쓰인 블랙파우더와 구리 등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엔 △니켈 △크롬 △망간 △리튬까지 가격 상승세인 원자재들이 다수 포함된다. 그중 사용 가능한 금속을 추출, 새로운 배터리를 제조할 때 사용하면 된다. 기존에 배터리를 단순 매립 처리하거나 소각하는 방식보다 환경 영향도 적다.

또 법·제도 기반도 잘 구축해야 한다. 분명히 미래의 먹거리와 일자리까지도 창출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미 초기적인 단계의 노력이 몇 소개됐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 공모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제조 제품 시험평가·인증지원 기반 구축사업’을 펼쳤다. 2024년까지 3년간 예산 86억원이 투입된다. 또 제주도는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한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 기반 전기차 충전인프라 기반 실증사업’에도 선도적인 기술 역량을 내보인 바 있다.

앞으론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 원자재도 중요한 필수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원자재를 무한대로 공급할 부존자원 확보가 전무하다. 세계 각국에선 원자재를 경제 무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배터리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퍼지기 십상이다. 향후 약 2025년~2030년 사이엔 배터리 공급량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필자는 배터리 리사아클링 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대비를 주문하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 관건은 지금부터의 속도다. 국내는 아직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기관이 없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앞서 법과 제도 정비 선행이 먼저다. 그 후 표준화된 공정과 기술이 글로벌 배터리 관계사와 공유돼 재활용-재사용-재생산의 범주까지 확대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