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횡령 우리은행···19년 금감원 경고 받고도 내부통제 못해

6년 동안 500억원가량 빼돌려 2019년엔 고액현금거래 못잡아 내부통제 주의 의무 문제 드러나

2022-04-28     김현우 기자
우리은행. /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약 500억원에 달하는 내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회삿돈을 빼돌린 직원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엔 고액 현금 거래를 놓치기도 했는데, 내부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일 오후 10시 30분께 우리은행에서 500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직원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우리은행 기업 매각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차장급 직원으로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약 6년에 걸쳐 기업 매각 관련 보유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내부 직원이 6여년 간 회삿돈을 빼돌리면서 회사가 몰랐다는 점을 들어 '내부 관리가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스템을 강화해 내부통제 주의 의무를 기울였다면 이런 사고가 발행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지난 2019년 우리은행에선 고액 현금거래 약 4만 건가량에 대한 의무 보고를 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으로 중징계받은 첫 사례다.

우리은행이 지난 2019년 10월 2일 '고액현금거래 보고 및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의무 위반' 건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받은 내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9년 10월 2일 우리은행은 '고액 현금거래 보고 및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의무 위반'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당시 우리은행은 '업무지도 및 관리·감독 강화' 조치하겠다고 공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 관리·감독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번 횡령 사건과 (2019년 당시) 고액 현금거래 건을 같이 두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며 "당시 건은 고객과 거래할 때 고액으로 현금을 가져온 건에 대해서 신고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고액 현금거래 보고 의무를 위해 자금세탁 방지 전산 시스템을 구축·운영했지만, 해당 시스템상 외부 전송용 보고서 파일 생성 과정에 오류가 생겨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고액 현금거래 보고가 누락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우리은행이 모니터링을 소홀히 해 오류 발생과 보고 누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2018년 5월에도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점검을 실시할 때 고액 현금거래 보고 시스템 점검 결과에 대한 확인과 오류 시정 관리가 미흡했다고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전했다. 2018년 3~4월 실시된 테스트에서 특정 유형의 고액 현금거래 추출 과정에 오류가 나왔지만, 우리은행이 시정조치 요청을 누락하거나 철저히 사후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우리은행은 고액 현금거래 보고 의무 건 외에도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 보고 의무' 보고도 당시 어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은행사에서 반복해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내부에서 (횡령 등의 금융사고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1금융권에서 단기간도 아니고 장기간 회사 통제 시스템을 피해 돈을 빼돌린 건데, 감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횡령 사건을 두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 조사 후 공식으로 설명해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