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우크라 전쟁 중 '에치와이' 도시락라면으로 전시특수
글로벌 기업, 러시아 경제 제재 속 사업 영위 에치와이(hy) 라면 사업체 '도시락리잔', 현지 공장만 두 곳...추가 증설 '전시 특수' 의혹에 에치와이 관계자 "확대 해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러시아 현지에서 라면을 생산해 판매하는 에치와이(hy)가 전시특수를 누리고 있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현지에서 값싼 생필품인 라면을 판매 중인 에치와이는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치와이가 판매 중인 라면 수요는 증가했다. 현지 매체 프로덕트투데이는 이달 16일 "도시락 라면 등 주요 식품은 이미 3월 첫째 날부터 대량 구매 건수가 늘었다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 구매율이 약 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현지에서 판매 중인 라면값도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매체인 쿠즈바스 온라인이 지난 14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현재 라면 1봉당 102루블(한화 1692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에치와이는 러시아 라면 사업체인 '도시락리잔'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모회사다. 러시아 현지에서 에치와이가 생산한 라면은 러시아를 포함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친러국가에 공급 규제망을 뚫고 수출될 전망이다.
에치와이는 현재 러시아 내 총 두 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며 올해 상반기엔 약 200억원을 들여 세 번째 현지 공장도 증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며 수출을 본격화한 에치와이는 사업이 커지면서 모스크바 현지 사무소를 1997년 개설했고, 2000년대 라면 판매량은 연간 2억개에 육박했다.
재무제표상으로도 러시아 현지 라면 사업은 에치와이의 수익과 직결되는 효자 상품이다. 연결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도시락리잔' 매출액은 2018년 432억원을 달성했으며 2019년 516억원, 2020년엔 543억원으로 해마다 성장해오고 있다.
도시락 라면의 인기에 더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은 매출 상승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현재 러시아 내 2개의 현지 공장에는 현재 각각 약 550명, 45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사업 철수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맥도날드·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내 사업 철수를 추진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내 대기업인 현대차와 삼성 등도 러시아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동참 물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치와이가 버티기로 전시 특수를 누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에치와이가 지난 4월 18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감사보고서 역시 "향후 영업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재무적 영향은 추정할 수 없다"고 전망하면서 전시특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지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일수록 경제제재 측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템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에치와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쟁 특수는 확대 해석"이라며 "현지 물가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전쟁으로 인해 힘들면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러시아 내 사업 확장 및 지속은 각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면서도 "다만 다른 기업들이 철수하는 중에 현지 수요가 높은 에치와이만 남는다면 기업 이미지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