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불면이 조증 증상이라고요?”… 조울증 시달리는 20대

[청년이 본 세상] 20대, 조증의 증상 잘 몰라 방치 조울증, 우울증과 혼돈해 치료하면 더 악화

2022-04-22     이희수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학생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20대의 조울증 발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하다. /픽사베이

“조울증은 기분이 막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것 아닌가요?”

W대 간호학과 재학생 김모 씨(여·21·세종시 새롬동)는 '조울증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K대 재학생 임모 씨(여·21·서울 자양동)도 우울증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지만 조울증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임씨는 “주위 친구들 5명이 모이면 그 중 3명은 우울증 관련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20대의 조울증 발병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20대들은 조울증에 대한 인식이 낮다. 특히 조울증을 우울증과 혼동하는 사례가 많다. 간단히 말하면 우울함을 느낀다고 우울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조울증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의학적 처방도 다르다. 우울증에는 항우울증제를 쓰고 조울증에는 주로 기분조절제를 처방한다. 조울증에 항우울증제를 사용한다면 병이 악화돼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20대 조울증 환자, 5년새 49% 증가

조울증은 조증과 우울증의 증상을 왔다 갔다 하는 특징이 있어 양극성 장애라고도 불리며 전 인구의 1% 정도가 평생에 한 번 정도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병하며, 간혹 아동기나 노년기에도 나타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20대 청년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이태규 국회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울증 환자가 2014년 7만 5616명에서 2019년 9월 기준 9만 3573명으로 약 23% 증가했다. 그 중 20대 조울증 환자는 2014년 1만 1844명에서 2019년 9월 기준 1만 7763명으로 약 49% 증가했다.

연도별 조울증 환자 현황 요약 그래프. /이희수

그러나 정작 20대들은 조울증에 대한 인식이 낮다. 필자는 지난해 20대 30명에게 우울증과 조울증에 대한 관심·경험의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는 현재 20대의 우울증에 대한 인식과 조울증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알기 위한 것이었으며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우울증을 실제로 앓았거나 확신을 한 경험이 있는 20대는 24.1%로 조울증의 결과(3.4%)보다 훨씬 많았다. 실제 이태규 의원실 자료(2019년 9월 기준)에선 국내 20대 우울증 환자가 9만 4245명, 조울증 환자는 1만 7763명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의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울증을 경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엔 ‘관련 사항 없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69%였다. 우울증 경험과 관련 없다는 응답자(31%)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울증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5%인 반면 조울증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답한 응답자는 3.6%로 현저히 적었다.

위험도 높은데… '지나치기 쉬운' 조울증

또한 응답자의 과반수인 55.2%가 조울증에 무관심했고 우울증에는 25%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국내에 조울증 환자보다 우울증 환자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조울증 환자의 증가 속도를 생각하면 20대의 조울증에 대한 인식은 현실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20대들이 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조증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증은 기분장애 질환 중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한다. 조증이 나타나면 기분이 들뜨고 행동이 부산하고 많아지며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거나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조증이 심할 경우 밤에 잠에 들지 못하거나 성욕이 늘거나 예민해져 짜증이 많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대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겪는 증상들이 조증의 증상일 수 있는 것이다.

대전 C대 언론정보학과 재학생 정모 씨(21·여)는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몰랐다. 조증은 기쁨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느끼는 증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20대 3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조울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그래프=이희수

20대들은 조증의 증상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거나 조증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대전 H대 재학생 윤모 씨(21·여)는 “조증은 과하게 기뻐하거나 행복해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런 증상에 대해선 몰랐다”라고 했다. 서울 K대 재학생 임모 씨(21·여)는 “조증이 뭔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조울증은 조증이 나타나기 전이나 나타난 후에 우울증이 나타난다. 이모 씨(26·여·서울 문정동)는 “갑작스럽게 기쁨을 과하게 느낀 후 일반적인 상태에서 상대적 우울함을 느꼈다”라고 하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불면이 조증의 증상이라고요?”

그러나 조증이 경미하게 나타나거나 조증의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우울함을 민감하게 느껴 우울증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조울증은 우울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발병하고 재발이 잦아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빨리 인지하고 장기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우울증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증과 우울증의 차이를 견디지 못해 단극성 우울장애인 우울증보다 더 우울함을 심하게 느껴 자살이나 자해 등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조증이 심해질 경우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느껴 병적인 도박을 하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거짓말을 하거나 판단 능력의 저하로 직업적·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환각이 나타나기도 하며 자신의 질환에 대한 이상을 전혀 느끼지 못해 강제 입원을 해야 하는 수도 있다.

현대인들이 자주 경험하지만 간과할 수 있는 조울증 증상 리스트. /이희수

우울증 시기가 찾아오면 우울한 기분, 초조함, 불안함, 무기력함을 느끼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기도 하며 판단력·집중력·이해력이 낮아질 수 있다.

취업·학업·인간관계… 20대 조울증 원인

대전 C대 재학생 강모 씨(24)는 20대 조울증의 급격한 증가 원인에 대해 “취업난, 경쟁사회 등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S대 재학생 김모 씨(21·여)는 “학업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충돌이 사람을 돌게 만든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20대라면 피할 수 없는 취업·학업·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서울 K대 재학생 임모 씨(21·여)는 “20대의 경우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 외로움을 더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26·여·서울 문정동)는 “주택문제, 결혼문제, SNS 중독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연결된 어려움이 있다”라며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에 노출돼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조울증을 경험했던 서울 K대 재학생 이모 씨(21·여)는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스트레스가 동시에 들이닥치니 숨 쉴 틈이 없게 느껴졌다. 극복할 힘이 생긴 것 같아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고 일하다가도 어떨 땐 며칠 동안 누워있기만 했다”라고 했다. 이씨는 “조울증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한 시기에 다가올 때 (조울증이) 찾아오는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