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철회냐 강행이냐… '정호영 딜레마', 윤석열의 해법은

민주당 반대로 한덕수 총리 인준 부결 가능성 검찰 출신 인사검증팀 실패론 직면 하태경 "정 후보자, 공공 업무 수행 자격 부족"

2022-04-21     이상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을 둘러싼 '아빠찬스' 논란이 거세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심이 깊어진 모양새다. 정치권의 불가론에도 임명을 강행하자니 협치가 어려워지고, 지명철회 시 인사검증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21일 정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가 끝나면 당선인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의혹이 쏟아져 사퇴 여론이 일고 있는 정 후보자를 일단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임명 강행이라는 선택지에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171석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 있다. 한 후보자도 '처가 땅 50억 차익'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정호영 후보자 임명 강행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이 부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자 의혹이 과거 커다란 역풍을 가져왔던 '조국 사태'를 연상시키면서 국민의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선에서 문재인정부의 인사 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내로남불' 프레임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자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정 후보자는 공공의 일을,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당내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 '따질 건 따지겠다.' 누가 됐든 간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가 문 대통령 임기 중 정부지원금을 수차례 수령해 고조됐던 국민의 분노가 생각난다"며 "정 후보자 관련 논란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법을 어기진 않았어도 국민의 일반적 정서,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정 후보자 지명 철회 카드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기 내각 낙마자 발생으로 인수위 인사검증팀의 한계가 초반부터 드러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검증팀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주진우 전 부장검사와 이원모 전 검사가 투톱을 맡고, 총 인원은 10여 명으로 전해졌다.

검증팀은 검증 과정에서 법적 잣대에만 치우쳐 '국민 눈높이'라는 도덕적 기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당선인도 17일 "부정의 팩트" 유무를 언급하다가 19일 배현진 대변인을 통해 "법적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지켜보겠다"고 선회하면서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현 상황을 풀어갈 대안으로는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거론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부인 도자기 밀수 의혹에 자진사퇴한 전례대로 후보자 본인이 책임을 떠안는 방식이다. 최근 윤 당선인 측이 '40년 지기'라는 설을 부인하면서 일단 측근이라는 이미지는 덜어진 상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명 철회 하자니 당선인 첫 조각부터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고, 임명 강행도 내로남불이라는 주홍글씨가 박힌다"며 "당선인 측에서 '국민 눈높이' 얘기가 나온 걸 보면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정면 돌파를 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아들 병역 판정과 관련 재검을 받은 결과 2015년과 마찬가지로 4급 판정에 해당하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제출한 척추협착증 진단서가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발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불씨가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