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야기] 고마워요. 사랑해요. 물망초!

[중앙치매센터 치매안심센터 수기 공모전 장려상] 식사를 거부하는 치매 환자 어머니 돌봄 수기 치매안심센터 가족 모임 물망초를 통해 해결

2022-04-14     최영은 기자

 

노년의 복병 치매에 사로잡힌 어머니와 오랜 세월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어머니는 식사를 거의 못 하시고 거부하신다. 입안에 물고 있다가 내뱉기까지 하신다. 원인을 찾아내려 치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삼킴장애 전문재활의학과 여러 전문의를 찾았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몸무게는 7kg이나 줄어들고, 날로 쇠약해져만 갔다. 이러다가 정말 잘못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해 왔다. 한층 가까워지는 이별을 예감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여러 곳을 다녔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치매안심센터 가족 모임 물망초. 이곳에서 만난 치매전문가 그녀는 어머니에게 눈 맞추고 정겨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붙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가 하듯이 눈 맞추고 뺨까지 맞대며 많이 사랑한다는 표정으로 스킨십을 늘려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힘든 식사는 계속되었다. 한 숟가락의 죽이 내 마음이니 받아 달라 애원하는 시간 속에서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는 식사를 못할 때 취해야 할 조치를 알려주었다. 중고도치매환자 식사 거부에 대한 해법도 있었다. 며칠 뒤, 그녀는 힘내라는 격려와 가까운 재래시장에 어머니 모시고 나들이 다녀와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대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인근에 가장 큰 재래시장에 갔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고구마와 옥수수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뜻밖에도 고구마를 집어서 스스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 이후 고구마는 끼니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어머니의 주식이 되었다. 삼복 폭염에 고구마는 거실 에어컨 옆자리 가장 시원한 곳에 폼 잡고 있다. 그렇게 어머니 식사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다. 그녀의 처방이 고맙고 신기하기만 하다. 

한번은 어머니 기저귀를 타러 치매안심센터에 갔다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 현 상태에 대하여 진지하게 묻고 걱정하며 이런저런 의논도 해 주었다. “권 선생님, 어머니께서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소 많이 고민하고 수없이 갈등을 겪던 사항이라 확고하게 거절했다. “그렇지요. 그런 마음이면 집에서도 잘하실 수 있습니다”하고 나의 말에 맞장구 쳐주었다. 그녀의 안내처럼 치매 안심요양병원에 훌륭한 전문가들도 많고 생활하기도 좋아졌을 것이다. 

집에서 간병하겠다는 고집을 그녀가 믿어 주니, 기운이 솟고 의욕이 되살아났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못 드셔서 잘못 될 뻔했던 어머니를 살린 것도 치매 전문가인 그녀의 예지력 덕분이 아닌가. 그녀의 특별한 노력과 진정성을 잠시 잊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간병하는데 그녀는 꼭 필요한 나의 길라잡이다. 콧줄로 식사를 해결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 깜깜한 밤바다를 헤매듯 막막했을 때 안전한 길로 인도해준 등대불빛이다.

나의 치매간병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망초.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