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가부 후보자 "성인지 예산, 국방부 예산 수준" 칼럼 논란
지난해 조선일보 기고 글 논란에 "청문회 때 소상히 답변하겠다" 여가부, 성평등 정책보다 인구·가족정책 위주 개편 가능성 제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쓴 한 언론사 칼럼에서 성인지 예산 관련 오류를 범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16일 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문 정부’라는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 젊은 여성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며 “예산 지출이 남성과 여성 삶의 차이와 특성을 반영하여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도록 분배한다는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과 국방 예산은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성인지 예산이란 각 정부 부처 예산 중에 직간접적으로 성평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 예산을 모은 것을 말한다. 즉 새롭게 투입되는 예산이 아니라 기존에 편성된 예산 중 성인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예산을 재분류해 놓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 국방 예산은 52조원으로 같은 해 성인지 예산(35조원)보다 17조원가량 많았다.
이런 김 후보자의 주장은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의 “성인지 예산이 국방비 예산과 비슷하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27일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도 북핵 위협을 막아낼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가부는 지난해 7월, 이 같은 가짜뉴스가 확산되자 ‘팩트체크’ 자료를 내고 “성인지 예산은 여성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12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출근길에서 '성인지 예산 칼럼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나중에 청문회 때 소상히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가부 장관은 여성 학자나 여성계 인사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로 예전과 결이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향후 여가부도 여성과 성평등 정책보다 인구 문제 해결과 가족정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를 맡아 여가부 폐지,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 부분을 담당해 왔다. 김 후보자가 설계한 윤 당선인 여성 관련 공약은 난임 치료비 지원, 돌봄 사업 확대, 부모급여 지급 등 대부분 출산, 육아에 쏠려 있다.
윤 당선인 역시 김 내정자를 내정하면서 “인구대책과 가족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편 가능성에 여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구수 증가도 중요하지만 양성평등 정책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출생은커녕 비혼을 다짐하고 있는데 황당하다",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을 왜 여가부가 떠맡느냐" 등 부정적 의견이 게시됐다.
한편 전문가는 여가부의 인구대책과 가족정책 중점 개편이 여성인권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선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여성정책의 전환이라고 보여진다”며 “양성평등 역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며 기본적으로 (여가부가) 지니고 있을 정신이지만 더 하나 나가야 할 방향은 저출산 예방이다”고 전했다. 이어 “저출산 예방 안에 일 가정 양립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곧 여성 권익 증진의 한 측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