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가 공약인데… "여가부 장관 임명한다"는 인수위, 노림수는
인수위, 선 조각 후 개편 지방선거 앞두고 '속도조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가 잠정 보류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일단 여가부 장관을 임명한 뒤 추후 폐지나 개편 절차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소야대' 국면의 불리한 상황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감안했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7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 장관도 이번 조각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여가부 장관은 조직을 운영하면서 조직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좀 더 국민들을 위해 나은 개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는 윤 당선인의 10대 공약 중 일곱 번째 공약으로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에 포함돼 있다. 국민을 성별로 '갈라치기'하는 듯한 여가부를 폐지하고 저출산과 인구 문제에 더 집중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취지다.
윤 당선인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공언하며 내놓은 공약이었던 만큼 대선 공약 중 가장 큰 이슈를 부르기도 했었다. 당선 이후에는 해당 공약에 대한 실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라며 '여가부 폐지' 의사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여가부 폐지'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가부 폐지에 관한 여전한 논란과 여소야대 구도의 상황, 지방선거 변수 등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과 인수위 내에서도 나오면서다.
일단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실제 폐지 수순을 밟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 위원장과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추경호 간사는 기자들의 질의에 "어떤 식으로 정부조직 개편에 담아야 할지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다"며 "지금 방침을 정했다고 해서 그대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라고 이전과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인수위는 이번 조각에서 임명된 여가부 장관이 폐지와 개편 등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차기 여가부 장관은 '단기 장관' 타이틀을 가질 가능성이 커졌는데 신임 장관이 스스로 부처 폐지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여가부)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더 나은 (여가부) 개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계획을 수립할 임무"라고 임명될 차기 장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여가부 조직개편 작업이 미뤄진 것에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2030 표심을 위해 내걸었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실질적으로 얻은 표가 많지 않았다는 당내 의견과 실질적으로 여가부 폐지에 따른 대안이 없다는 비판이 표출되면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폐지로 가닥을 잡아 버린다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아직도 여성들이 느끼는 여러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없이 폐지부터 해버린다면 또다른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끝난 뒤에 조직 개편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쟁적 이슈를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