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산업부 분위기···딜레마 빠진 통상주의자 한덕수

韓 통상으로 성공했지만 지형 달라져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 정상화가 숙제 文 비판 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인수위 내부선 장관급 인재 찾기 어려운 상황

2022-04-05     이상헌 기자
왼쪽부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선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 일체를 강조해온 통상주의자이지만 그동안 크게 바뀐 산업 지형에 맞춰 입장을 조율해야 할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5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새정부 내각 인선에는 책임총리제가 도입된다. 경제·사회 부총리와 장관급 인선에 한 내정자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얘기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전일 "인사 추천권은 주되 검증은 다른 팀에서 하고 장관은 차관, 총리는 장관에 대한 추천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라면서 "또 여기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일단 경제부총리는 한 내정자와 코드가 맞는 인선이 유력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부총리가 되면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을 금융위원장에 앉히는 교통정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제2분과에선 학계 출신인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가 유력한 산업부 장관 후보로 떠오르면서 한 내정자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왼쪽부터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이번 산업부 장관 인선은 윤 당선인의 탈원전 백지화 전략과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전하는 문제까지 얽힌 숙제다. 이런 가운데 경제안보를 비롯한 글로벌 통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과 통상 기능은 분리할 수 없다는 소신을 가진 한덕수 내정자가 국무총리 후보가 되면서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졌다.

1970년 서울상대 졸업 후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한 한덕수 내정자는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79년까지 기획국 예산국 과장으로 근무했지만 인사 조치가 이뤄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관으로 빠졌다. 그러던 1982년 상공부로 자리를 옮긴 뒤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관료로 인정받았다.

즉 이력상으로도 산업-통상 일체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지만 윤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공을 들여온 기존 시스템을 바꿀 명분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란 것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책임총리의 인사 추천과는 별개로 조직개편은 인수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이 주도한 경제2분과 구성을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일자리 창출과 탈원전 백지화를 통한 에너지 정책 정상화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간사인 이창양 교수도 "재정에 의존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제자유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소신파로 발탁된 케이스다.

또 같은 경제2분과에서 탈원전 백지화를 넘어 산업부 주도의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 추진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끈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역시 동그라미재단 사업을 함께한 인연과 별개로 에너지산업 정상화 의지를 높이 사 이뤄진 깜짝 캐스팅이었다.

이 밖에도 인수위 소속은 아니지만 산업부 장관 물망에 오른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도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서 물러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관섭 부회장의 경우 산업 전문가이면서도 통상부분 단체장까지 지낸 경륜이 있다"라며 "과도기적 부처를 맡길 만하기 때문에 한 내정자 입장에서도 고려해 볼 만한 카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