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현장] 집회 8만회 몰리나···용리단길 상인 기대반·걱정반

2021년 광화문 집회·시위 건수 8만 6552회 일부 용산 상인 "경찰 인력에 펜스 설치 걱정" 유동인구 증가 기대에 매출 증대 효과 기대도 다만, 임대료 상승 문제도 있어..."두고봐야"

2022-03-30     김현우 기자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리단길'. 국방부 청사가 보인다. /김현우 기자

8만 6552회. 지난 한 해 광화문에서 열린 시위·집회 횟수다. 청와대 혹은 정부청사가 인근에 있었기 때문인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구 국방부에 청와대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근 상인들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광화문 집회 인원이 모두 용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용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인근 상권을 30일 여성경제신문이 취재했다. 이곳에서 차돌박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구로 이전하면 시위·집회 인원과 이를 제재하려는 경찰, 펜스, 경찰 버스 등이 상권 근처에 몰릴 텐데 상당히 혼잡스러워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당초 이곳 '용리단길'은 대부분 국방부 소속 군 장병을 포함한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라고 상인들은 전했다. 방문객 특성상 평일 장사가 대부분이다. 주말엔 데이트 명소로 꼽혀 카페 영업도 잘된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위치 및 용리단길 위치. /구글

6년째 용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미희 씨는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도 바로 옆 이태원 대비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았다"라며 "군인, 연인, 직장인 등 인근 환경 특성상 고정 방문객이 있고 시끄럽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오면 그만큼 찾는 유동인구도 증가하니 매출 증대도 기대되긴 하지만, 광화문 시위 및 집회 인원이 이곳으로 몰려들면 교통혼잡에 분위기도 어수선해질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월 경찰청 집계를 보면 지난 한 해 광화문에서 진행된 총 집회 개최 횟수는 8만 6552회로 전년(7만 7453건) 대비 12% 증가했다. 경찰청이 2007년 집계자료를 공개한 이후 2019년(9만 5266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집회 신고 횟수는 357만 9541회로 전년(300만 3081회) 대비 19% 증가해 종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011년 이후 연간 4만회 수준을 유지하던 집회는 2017년부터 해마다 2~3만회씩 급증했다. 2018년에는 집회가 1년 만에 58% 급증해 6만 8315회를 기록했고, 2019년에도 39% 늘어 9만 5266회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폭 줄었다가 1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년도별 광화문 집회 개수 추이. /경찰청

용산구청은 집회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경찰청과 협조해 최대한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용리단길 주변은 광화문과 다르게 1km 이내에 상권이 맞닿아 있다"면서도 "집회 및 시위가 열리게 되면 상권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구청 차원에서 더욱 철저히 보호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용산구에 신고된 집회·시위 예정 건수가 광화문 집회·시위 신고 건수만큼 접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집무실 이전 이후 건수가 늘어나면 이에 맞게 주민과 상인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상인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현재도 국방부에 약 40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 중인데,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 용산 상권을 이용하는 잠정 고객이 더 늘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무실 방문객까지 추산하게 되면 현재 대비 적어도 3배는 고객 증가율이 예상된다고 인근 상인들은 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리단길. 남산타워가 보인다. /김현우 기자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용산 국방부 영내는 전체 면적만 약 27.6만㎡이다. 10층 규모인 국방부 본관(신청사)과 합참 건물, 국방부 별관(구청사), 국방조사본부, 국방시설본부,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군사법원, 검찰단 등 직할 부대들이 사용하는 건물들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본관 근무 인원만 현재 1060명이다. 영내에는 총 4000명 이상의 장병과 군무원 등이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2019년 조사한 '용리단길 외식업 점포 월평균 매출'을 보면 해당 연도 2분기에만 월평균 1778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 기간 송파구에 위치한 '송리단길' 인근 외식업 점포의 월평균 매출은 1329만원으로 집계됐다. 송리단길 인근 추정 잠재 고객은 한국자영업자협의회 조사 기준 일별 2800명이다. 용리단길의 경우 3600명으로 집계됐다. 

광화문의 경우 월평균 매출 254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상인은 임대료 상승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후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전국카페사장연합회 소속 이금순 씨는 "유동인구가 증가해 매출이 증대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임대료 상승도 자영업자 입장에선 고민"이라면서도 "다만 지역별로 물가가 조금씩 다른 점을 봤을 땐 적정선에서 임대업자와 조율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근 상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시위·집회로 인해 환경 변화가 있을 법도 하지만 업종별로 실제 매출 반영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카페의 경우는 집무실 이전을 반기고 있고, 일반 식당이나 노래방 등의 경우는 신중한 상황이다. 아직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큰 틀에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용산 대통령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측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 주변 상권에 대해 "집무실 이전 시, 인근 상권을 무시하지 않는다"며 "인수위 내에서도 집회·시위 등 집무실이 이전했을 때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입주 시기에 대해선 "취임식 당일 용산 시대를 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