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구매력 빼앗겨버린 서민들····韓 스태그플레이션 엄습

美 스태그플레이션 돌입, 한국도 유사한 현상 미국 2년 vs 10년물 국채 금리차 불과 0.11% 한국도 장기물보다 단기물 상승세 두드러져

2022-03-29     이상헌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5개월 연속 3%대의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드는 가운데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에선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징표인 장단기 금리차(spread)가 급속도로 좁아지면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속도는 아니지만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가 8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채 시장에서 10년 만기 채권과 2년 만기 채권의 금리차는 지난해 4월 1.49%에서 계속 하락해 이날 0.11% 수준으로 낮아졌다. 본지가 지난 26일 [김성재 칼럼] 채권시장이 경고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통해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0.2%포인트까지 좁아진 현지 소식을 전한 지 사흘만에 격차가 더 좁아지며 역전을 앞두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래의 경기를 예상하는 '위기 경보기' 역할을 한다.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예외 없이 침체가 닥쳤다. 경기 전망이 좋을 경우 실물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장기물이 인기가 높아 수익률도 높지만 반대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에선 단기물과의 금리차가 좁아진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시사한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는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했다. 결국 단기금리는 오르는 반면 장기금리가 거꾸로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4%포인트 상승한 2.747%, 10년물은 0.16%포인트 상승한 3.031%를 나타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당 금리들은 모두 2014년 이후 최고치"라며 "장기물보다 단기물 금리 상승이 확연히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또 여기에 앞서 화폐 공급을 무분별하게 '늘렸다 줄였다' 하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1년의 물가상승률 전망 값이다.

이날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 지표와 상호 작용하면서 조만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대 이후 지난 3년간 세계 각국이 대량의 통화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으로 사람들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풀린 돈은 주식, 코인, 부동산으로 몰려가 자산가격을 올렸다.

결국 방역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는 서민들이 보는 양상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를 떠올려 보라"며 "마지막 파문이 가장 크고 넓은 것처럼 서민들은 애써 벌어들인 돈의 구매력을 자기도 모르게 빼앗겨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