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빈털 자동차 공약 '그만'… "전문가 의견 반영해야"
[김필수의 Car톡] "현 정부·차기 정부 자동차 공약, 구체안 없어" 전문가 세 가지 제안···"면밀한 검증 선행돼야"
국민 신뢰를 얻는 잘 만든 자동차 공약과 달리 빈털 자동차 공약은 미래를 흔드는 악재다. 이미 이러한 사례는 현 정부에서도 무수히 찾을 수 있는 데다 차기 정부 대통령 공약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올바른 자동차 공약을 내보이기 위한 몇 가지 개선안을 제안한다.
양측 모두 공약이 경쟁력에 치중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설익은 모양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발표된 공약에 면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시점이다.
먼저 의사결정 과정에 전문가 기용이 필요하다. 역대 정권에선 정책을 미리 입안한 뒤 전문가를 초빙해 형식상 회의를 개최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였다. 이는 전문가 자문 끝에 결정된 정책이라는 한 줄을 긋기 위한 일이다. 배가 산으로 가니 제대로 된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
일례로 2018년 3월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앞선 정책토론회가 있다. ‘미세먼지 저감과 녹색 교통 실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환경부가 주최한 이 회의는 이미 친환경 보급차 확대에 주목해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정책 기조에 따르면 민관이 모두 친환경을 위한 선행 과제로 미세먼지 30% 저감을 꼽았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 토론회에서 “수소전기차는 정화된 공기를 마시는 데 기여하고 원전 역할을 대신해 국민 건강은 물론 전력 확보에도 도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와 수소충전소 310개소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토론자로 참여한 필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석유제품을 사용하는 부생수소를 먹는 수소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적인가에 대해서다. 보급은 충전소 외에 한계가 있어 인프라도 문제일 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 축소에 대한 보상방안과 보조금 등 균형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같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린 수소'를 표방한 수소전기차 인프라는 이미 상용차 이용자 사이에선 불편으로 전락한 데다 일각에선 수소 충전에 예약 및 2시간 대기가 필요하다는 등 친환경의 이면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전문 영역이 여론에 맡겨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1000~2000명의 국민 의견을 청취한 결정은 여론재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론에 휩쓸리는 우를 범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는 향후 문제 발생 시 국민에게 잘못을 돌릴 수 있어 심사숙고가 따른다.
실제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친환경차 인프라를 놓고 국민 의견 조사를 진행했다. 2016년부터 5년간 수집한 민원 데이터 분석과 동시에 국민 약 1300명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응답자 50% 이상이 충전시설 점거(충전 완료 후 주차로 인한 충전 방해) 등 충전에 따르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잇따르는 문제는 구매지원 등으로 21%를 차지했다. 이른바 전기차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국민이 많았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 수렴 결과로 마련된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권익위는 국민 설문 결과에 근거해 ‘친환경차 관련 제도혁신’ 일환으로 공공기관 충전기 24시간 개방 확대를 공언했다. 그러나 이 또한 회원카드 등 사전 절차가 복잡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데다 실제 진입이 어려운 공공기관도 많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끝으로 대통령 측근으로 형성된 결정기구도 한계다. 국가운영 전체 틀은 분야별 위원 몇 명이 모여 짜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반대 면을 못 볼 공산이 크다. 이에 분야별 전문가 인선에도 용인술이 따른다. 특히 좁은 시야로 결정한 정책은 전체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퇴출’을 내세웠다. 신차 판매 기준 전기차 100% 전환 시점을 제시한 것인데 몇 년 남지 않아 혼란이 커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일부 완성차 업체 조직에선 공약 배경과 구체화 방향을 파악하고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세워놓은 중장기 전략을 새로 짜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달성 가능성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신규 전기차 비중이 늘고는 있으나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0%로 늘리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퇴출 상황에선 하락하기 쉽지 않아 신규 이용자 유입도 소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도돌이표 정책'을 없애기 위해선 숲을 보는 시각으로 검증을 통해 정책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대개 새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부의 좋은 유전자를 모두 없애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좋은 건 취하고 나쁜 건 버리는 안목이 대통령 기본 덕목임을 인지하길 바란다.
현재 새정부도 시작점에 섰다. 인수위를 통해 국가 운영 큰 그림을 그릴 때 전문가를 수시로 활용하길 바란다. 공약에 대한 제대로 된 설계도가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다. 한정자산만 활용해 자동차 분야 전체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