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가부 폐지에… '이대녀 지지' 확인한 민주당 '갈팡질팡'

박광온·정청래 등 친문, 폐지 반대 채이배 "부처 이름 중요치 않아" 전문가 "폐지 여부보다 방향성 제시"

2022-03-17     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14일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연합뉴스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 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여가부 폐지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주요 구성안 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본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 추진 의지를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14일 오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공약) 폐기는 아니고 여러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들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고, 그 중에서 선택을 윤 당선자가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며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 없이 여가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대녀’(20대 여성)의 압도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해당 공약에 전면 반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조건부 수용까지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고 인수위에 여성 할당을 배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국정 운영의 기본을 저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때도 여가부·통일부 폐지를 주장했으나 실패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여가부 폐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여성 관련 정책 기능만 유지된다면 확대 개편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 정책 부분은 남겨두되 부처명에서 ‘여성’을 빼고 청소년·가족 업무를 확대하자는 취지의 주장이다.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 정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부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국민의힘 폐지 입장도 여가부 기능이나 역할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도 여가부가 지금의 기능대로는 안 된다는 것에 공감해 다른 이름으로 개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들도 여가부 폐지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가부는 부처 이름이 변경된 사례가 이미 있으며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 교수는 “앞으로 여가부 운영방침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선인 측에서 구체적으로 여성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며 “폐지 여부보다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