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수위 경제 라인 들여다보니···소주성 비판 인물 대거 포진
최상목·김소영·신성환 모두 '시장주의' 기업 규제 개혁 통해 자율성 확보해야 송재호 "소득주도성장, 무시해선 안돼" 전문가 "소득 양극화 문제 심화 우려"
"근로자 소득 높여 소비를 활성화하고 정부가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소득주도성장
"정부 주도 성장은 이제 그만. 기업 규제 풀고 민간 자율성 확보해야" -시장주의경제
시장주의자라고 평가받는 대표적 인물 3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참여한다. 일각에선 이런 정책이 소득 불평등을 유발하고 노동자·서민의 기본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성장은 그만"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금융 정책을 구상하는 경제1분과에 간사·위원으로 임명됐다.
최상목(현 농협대 총장) 전 기재부 1차관은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다. 30여 년간 기재부에서 거시경제·금융 분야 요직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역임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해 유명세를 탔다. 윤 당선인이 경선을 치를 때부터 활약한 일명 '경제 책사'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출신인 그는 금융과 거시정책 전문가다. 한국은행 자문 교수로 활동해 통화 당국과도 소통이 가능하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선임됐다. 재무관리·국제금융 분야 전문가인 홍 교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 새 정부 금융정책을 전담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민간 혁신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달리,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해 민간 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세 인물 모두 민간 기업 주도 성장의 시장주의자"라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민간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기업 주도 성장이 이뤄진다면 정부의 재정 부담 또한 줄어들 것"이라며 "글로벌 벨류에이션이 바뀌는 상황에서 민간과 기업의 자율성 및 혁신을 중시하는 생각을 지닌 전문가를 경제1분과로 임명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효율성을 통해 저성장·저출산·양극화 문제를 극복한다는 일명 '윤석열노믹스'를 뒷받침할 적임자로 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의 단편적인 면만 봐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임금을 높여 구매력을 확장해 성장의 발판으로 쓰겠다는 경제 성장의 여러 방안 중 하나"라며 "국민들의 주머니를 넉넉히 해 성장 잠재력을 뽑아내겠다는 무시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전임 정부가 했기 때문에 우리는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방향으로 흘러가면 안 될 것"이라며 "다만 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만 해서도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때도 소득주도성장이 경제 성장론의 '전부'였다고 받아들여졌다면 이 또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또 "민간 기업의 자율성 보장을 문 정부가 전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 있는데, 기업의 자율성이란 규제 개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라며 "문 정부 당시 총리실을 통해 규제 개혁을 시도했지만 관료적인 문제에 부딪혀 해결하지 못했다. 기업의 규제를 풀어 자율성을 주는 것 또한 소득주도성장론과 별개로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 마치 기존 여당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했다고 보는 시각도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경제1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김 교수는 현 정부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주도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되려 경제 성장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경제 속에서 기업의 혁신을 이뤄내 규제 철폐와 생산성 확대가 이뤄지도록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 전 차관 역시 "기업 활동의 자유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를 제시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를 집필하면서 이를 통해 "수많은 규제에 억눌려 있는 기업의 경제적 자유도를 높이는 게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장 빠르게 강화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와 동시에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대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비지배 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견제 장치 등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신 교수도 민간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총량 규제(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특정 목표치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는 조악한 규제"라며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2005년 5.1%이던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2016~2020년에 2.6%, 2021~2022년에는 2% 선까지 추락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0.9%포인트)이 1%포인트 이내에서 정체된 게 경제 저성장의 이유"라며 "아무리 자본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 경영혁신 등이 약해지며 성장률이 깎여나가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소득주도성장이든 시장경제 활성화든 두 가지 성장론 모두 우리에겐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민들의 소비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이 맞다'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에 힘을 쏟는 경제 정책을 지속한다면 노동계 반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현 인수위 경제1분과 구성원들의 입장을 보면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는 시장주도 성장 발상을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대부분의 국제기구는 시장성장론을 철회하고 있다. 양극화 불평등을 피할 수 없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강자 중심의 시장주도는 실패한 정책으로 판가름이 났다"라며 "그런데 이 시장주의를 외치는 국가는 한국만 유일한 상황인데 우려스럽다. 적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 등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고민을 중점으로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다른 점 한 가지를 든다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공약에서도 임기 5년을 아우르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모델을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