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선 앞둔 여야 셈법에… '윤석열표 협치' 물 건너 가나
여소야대 현실화, 尹정부 공약 현실화 변수 코로나19 예산 편성은 여야 합의 이룰 듯 원전·여가부 폐지 등 상충 정책엔 난관 예상
'여소야대' 국면이 현실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야당이 됐지만 여전히 국회 내 172석이라는 의석수를 가진 거대 정당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입장에서 민주당보다 66석이나 적은 106석의 국민의힘만으론 국정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얘기다.
역대 가장 강력한 '거대 야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윤 당선자가 '윤석열표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야당의 협조 없인 법안 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예상하듯 윤 당선자는 10일 첫 당선 인사부터 '통합'과 협치'를 전면 앞세웠다.
윤 당선자는 당선 인사에서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어느 당이 대통령 행정부를 맡게 되면 다른 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다.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자는 국정과제를 구성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조직 구성을 단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후보 시절 보수층 결집과 '이대남' 등을 집중 공략하던 것과 달리 윤 당선자는 연일 '협치'와 '통합'을 언급하고 있다. 새 정부 수립 후 야권의 비협조로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록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야당이 된 민주당의 협력을 위해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야당 때는 우리가 관철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해도 우리의 호소를 알리면 충분했지만, 여당은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소수 여당이 갖는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며 "당장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어떻게 대비하고 방역 정책은 어떻게 할지,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주체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에게 중앙 정치 활동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 새 정부의 국책 사업 시행이나 제도 개편, 입법, 인사 청문 등 거대 야당의 반발에 부닥치면 난관이다. 민주당의 대여 협력은 코로나19 예산 편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책에서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패배로 인해 당장 3개월 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민주당 입장에선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셈법이 작용할 수 있어서다.
우선 윤 당선자가 후보 기간 강조해 왔던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원' 관련해선 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견이 없던 만큼 이른 시일 내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 축소, 여성가족부 폐지, 탈원전 제동,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법무부장관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 법무부와 별도 편성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책과 정국 현안에는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윤 당선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당면한 정책 과제를 풀기 위해 여소야대 국면을 잘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이념·세대·성별 간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갈등국면을 치유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것이 동시에 수반돼야 정치도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호감인 대통령이 아무리 통합하자고 하더라도 통합이 될 수는 없다. 갈등을 조장하는 그런 자세들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