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수소 먹는 내연기관, 미래차 산업 한 몫 할까?

[김필수의 Car톡] '살아있는 불씨' 수소엔진···내연차 대안 기능 수소엔진차 시승 결과, 정숙한 운전성능 발휘

2022-03-21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수소엔진차가 여러 자동차 제작사로부터 관심을 받으면서 내연 기관 생태계 붕괴를 막고 환경까지 쟁취하는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타

수소엔진차가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로부터 관심을 받는 가운데 내연 기관 생태계 붕괴를 막고 환경까지 쟁취하는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연기관차 종식이 가속화 되면서 틈새 시장으로 부상한 수소엔진차 이점을 짚어본다.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엔진차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수소 전기차라고 부르는 것 중 대부분은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 스택 장치에 수소와 산소를 넣어 반응시키고 전기 에너지와 물만 배출하는 장치를 자동차 내에 탑재한다. 현대 ‘넥쏘’나 토요타 ‘미라이’ 등이 상용 모델로 판매 중이다. 사실상 작은 수소 발전소를 자동차 안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상용 전기차와 경계가 모호하다는 평도 지배적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수소엔진차는 수소연료전지차와 다르다. 기존 가솔린 엔진을 개조하여 연료만 수소를 사용하는 자동차다. 수소 엔진의 구성 부품은 일반 자동차 엔진과 큰 차이가 없고 점화플러그 위치 정도만 다르다.

일례로 2000년대 초 개발된 BMW 하이드로젠7이 있다. 당시 BMW는 가솔린과 수소를 겸용한 모델로 수소엔진차 105대를 양산해 글로벌 스타들에게 리스 형식으로 제공했다. 가격 및 수소 인프라 등 문제로 상용화까진 못 미쳤지만 여러 숙제를 남기면서 수소엔진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2022년 들어 수소엔진은 다시 불씨를 지폈다. 필자는 기존 내연 기관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탄소 감축 목표에도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 다임러 △일본 토요타 등 여러 제작사에서도 수소엔진차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아직까지 상용차량 생산은 없는 게 수소엔진차의 현주소이나 필자가 보는 장점은 여러 가지다.

첫번째로 전기차와 차별된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기존 가솔린 엔진 응용버전이기 때문에 수소 사용에 따르는 기술 기반이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비해 적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기존 내연 기관 생태계를 일부 유지할 수 있어 전기차 생태계 확대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두번째로 수소연료전지차 한계 극복도 가능하다. 흔히 상용화된 수소차에서 수소연료전지 가동을 위해선 99.7% 이상 고순도 수소가 필수적이다. 고순도 수소를 위해선 정제를 위한 기반 시설이 따르는데 현대 오일뱅크 등 일부 대기업도 바로 이런 고순도 수소를 위한 설비에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달리 수소엔진차는 저순도 수소로도 구동 가능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고순도 수소 대비 높다는 측면이 있지만 부품수도 기존 수소연료전지차보다 적은데다 산업 생태계 변화에도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총량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이로써 에너지 다원화에 기여할 수 있다.

2008년 5월 BMW의 수소차 기술력과 성능을 알리기 위한 하이드로젠7 모델 5대가 국내에 들어오자 필자는 시승식에 참여했다./ 위키백과

끝으로 수소엔진차량의 퍼포먼스가 기존 내연 기관과 상응하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실제 디젤 엔진과 접목해 중장비 차량에도 사용할 정도로 수소엔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필자는 2008년 5월 BMW 수소엔진 차량인 하이드로젠7 시승식에 참여했다. 당시 정숙성과 운전성능에 놀랐다. 가솔린으로 500km · 수소로 200km를 가는 주행성능은 수소 충전 어려움과 수소탱크 탑재 한계 등 여러 요소를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또 연료전환 시 충격이나 특별한 소음도 없었다. 엔진룸 연료 종류나 연소온도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음이 느껴졌다.

한편 수소엔진차와 같은 과도기 모델이 필요한 이유로는 기존 자동차 생태계 위기를 들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 전기차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되면서 약 30% 이상 인력이 생산라인에서 제외되는 등 고용문제가 심각하다. 잇따라 제조사 하청 부품사는 엔진과 변속기 시스템 약 1만 개를 버려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에 기존 자동차 제조사 밖의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와 생태계가 전환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가운데 수소엔진차에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제조사처럼 우리나라도 사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천 기술 연구에 참여하되 자기 몸을 태우고 거름만 되는 희생양이 되진 말아야겠다. 템포 조절과 인프라 조성 등 수소차 분위기 파악이 중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