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MZ 트렌드 '소확성'… 인증 집착 말고 성장 즐겨라"

[청년이 본 세상] 성취감에 공부·건강관리·정신건강 등에 활용

2022-03-10     권재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학생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소확행은 과거 트렌드가 됐다. 코로나 장기화 탓에 현재 MZ세대는 소확행이 아닌 소확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프리픽 

2018년 트렌드였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불과 3년 만에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로 바뀌었다. 코로나19와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단순히 1차원적 행복보다는 성취감을 통해 확실한 행복을 얻으려고 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라는 말에서 자기개발과 관련해 달라진 인식도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것보다 매일 꾸준히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중요시하게 됐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개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0.3%가 ‘사소한 성취도 내 삶에 큰 의미가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개발이 꼭 대단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응답도 65.8%였다.

소확성은 20대들 사이에서 ▲공부 ▲건강관리 ▲정신건강 관리까지 다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자격증 취득, 소확성으로 이룬 '일석이조'

서울 B여자대학교 아동학과 4학년 이모 씨(24·서울 강동구)는 지난 학기에 HCI학과를 복수 전공하게 됐다.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씨는 불안감에 ADsP(국가공인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자격증 시험을 보게 됐다. 이씨는 “실무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자격증은 아니지만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도 조금만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끼고 자격증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소확행’은 행복했던 기억만 남지만 성취감이 있으면 결과물이 있다”며 “’소확성’은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A대학 공학 계열 4학년 김모 씨(여·23·경기도 구리시)도 마지막 학기 전 휴학을 한 뒤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투두 메이트’부터 채워 넣는다”고 말했다. ‘투두 메이트’는 하루의 할 일을 설정하고 친구들과 공유한 다음 서로 응원을 남길 수 있는 생산성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김씨는 “색깔이 다 채워져 있는 달력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대학생 김모 씨의 ‘투두 메이트’. /권재윤 

"건강 관리 목표 세우고 실천하면 소확성"

부산 C대학 국제관계학과 4학년 최모 씨(여·24)는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아침부터 몸을 움직였다는 성취감에 그 뒤에 루틴도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소확성을 하게 된 이유에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도 꼽았다. “소확행은 마스킹테이프나 커피 같은 것을 사면서 이루는 것이라면 소확성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운동과 식단 기록을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올리고 있다.

경기도 D대학 패션디자인학과 2학년 오모 씨(23)는 '옷 핏'을 위해 8개월째 16:8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16:8 간헐적 단식'은 8시간만 식사하고 16시간은 물을 제외하고 아무런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오씨는 “16시간 동안 안 먹는다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고 16시간의 단식을 지켜냈을 때 성취감이 든다”고 했다. 오씨의 꾸준함은 또 다른 성취로도 이어졌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은 오씨는 키토제닉 식단을 공유하는 서포터즈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나의 취미가 연쇄 작용으로 다른 성취까지 이뤄내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 건강 관리에도 도움되는 소확성

‘소확성’은 공부나 운동과 같이 생산적 일에도 해당하지만 지친 마음을 돌보는 일에도 해당한다. 스타트업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영학과 4학년 윤모 씨(여·24)는 “하루를 회고하는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손으로 일기를 쓰다가 MOODA 앱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MOODA’는 표정 스티커로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유료 일기 앱이다. 윤씨는 “그냥 일기면 안 쓰게 되는데 1200원을 지출함으로써 아까운 마음에 나름의 강제성을 부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갈 때 앱을 통해 어떤 일 때문에 어떤 감정을 느꼈었는지 정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E대학 미디어 계열 4학년 유모 씨(여·24·서울 송파구)는 일기를 네이버 블로그에 쓴다. 유씨는 “원래는 내 감정을 풀어놓을 데가 없어서 쓰게 되었지만 기록이 쌓일수록 뿌듯함이 느껴져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F대학 체육학과 3학년 정모 씨(24)는 지난해 3월부터 자기 전에 명상을 한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보면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았다고 한다. 정씨는 “점점 나아지는 나를 보는 것이 계속하게 된 동기였다”며 “명상을 하면 온전히 나를 느끼게 되면서 작은 일에도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소확성을 실천하기 위해 아침에 기상 인증을 하는 카카오톡 모임에 들어간 적도 있다. 그러나 곧 사진만 찍고 다시 자게 되는 생활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확성을 위해서는 진정성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마케팅연구원에서 발행한 ‘소확성 트렌드’는 “진정한 ‘소확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인증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