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팩] 윤석열 성인지 예산 발언, 모두 사실과 달랐다

[깐깐한 팩트탐구] 성평등 효과 있는 사업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 모든 성인지 사업, 여성 위한 사업으로 볼 수 없어

2022-03-07     최수빈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7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7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 돈이면 그 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북한)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TV토론에서 “성인지 예산이라고 하는 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예산 중에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차원으로 만들어 놓은 예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의 성인지 예산 관련 발언은 사실일까. 여성경제신문이 팩트체크한 결과, 윤 후보 발언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성인지 예산은 윤 후보가 주장한 방식대로 별도로 책정·집행되는 예산이 아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16조(성인지 예산)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즉 성평등 효과가 있다고 보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해둔 것이다.

성인지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국방부 예산과 비슷한 35조원을 쓴다”는 주장이 나오며 불거졌다.

그러나 여가부는 성인지 예산 주관 부처가 아니다. 각 부처 성인지 예산을 취합해 총괄하는 건 기획재정부다. 여가부는 성인지 사업 기준을 정하는 ‘성인지 예산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한다.

게다가 각 부처별 성인지 예산(2021년 기준)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한 곳은 고용노동부(9조6644억원)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9조3679억원으로 2위였고, 보건복지부(4조5895억원)·여성가족부(1조838억원) 순이었다.

여성 대상 사업만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각 정부 부처는 사업 예산을 편성할 때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성인지 예산으로 묶어 기획재정부에 보고한다. 성인지 예산의 세부 항목은 각 부처의 성평등 목표 달성에 직접 기여하는 ‘직접 사업’과 성평등을 1차적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성평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간접 사업’으로 나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22년도 성인지 예산 사업유형별 편성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예산 26조8821억원 중 17.1%만 직접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22조2847억원은 간접 사업에 투입됐다.

간접사업의 대표적 사례가 행정안전부의 ‘민방위 교육훈련 및 시설장비 확충’사업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사업 예산 65억4800만원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했다. 전체 민방위 대원 약 359만명 중 여성 지원자는 1.2%에 불과해 여성을 위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윤 후보 발언대로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30조원 중 일부를 떼어내려면 각 부처의 주요 사업들을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일 윤 후보를 향해 "장애인 생존권 예산으로 북핵을 막겠다는 그 발상을 거두고, 260만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며 "성인지 예산제도는 여성만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과 발달재활 관련 예산이 상당수 분배되어 있다"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가 분류한 성인지 예산 사업은 37개로 장애인활동지원 1조7000억원, 장애인일자리지원 1832억원, 장애아동가족지원 1485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