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 김정주 별세··· 결국 못 이룬 한국형 '월트 디즈니' 꿈

지난달 말 미국서 별세 넥슨 "우울증 치료 받아"

2022-03-02     김현우 기자
김정주 NXC 이사./연합뉴스

"디즈니...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어"

김정주 엔엑스씨(NXC) 이사가 지난 2015년 출간한 자서전 '플레이'를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김 이사는 평소 자신이 창업한 넥슨을 '월트 디즈니'처럼 만들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꿈은 결국 무산됐다. 

김 이사가 미국 하와이에서 지난달 말 별세했다. 넥슨 지주사인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라며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주 NXC 이사./연합뉴스

바람의나라·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서든어택 등 게임 역사에 남을 굵직한 성공작을 탄생시킨 김 이사는 지난 2005년 지주사 NXC를 설립 후 2021년 7월까지 연결 기준 매출 3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특히 김 이사는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라며 넥슨을 한국형 월트 디즈니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줄곧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 등 넥슨의 지식재산(IP)을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였다. 

투자와 기부 활동도 활발했다. 영화 제작사 AGBO부터 비트코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비게임 분야 투자까지 약 수백억원의 투자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2020년 10월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가칭)’ 건립에도 동참하며 100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김 이사는 2021년 11월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한 100억 후원에도 나섰다.

김 이사는 1968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199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1993년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이사의 자서전에 따르면 이후 그는 1994년 부친으로부터 약 6000만원을 빌려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한 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와 함께 바람의 나라를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김 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라며 NXC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그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 컴퍼니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창업자이면서도 2005년 6월 최고경영자(CEO)로 나서기 전까지 10여년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는 특이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대표 취임 1년 반도 되지 않은 2006년 11월 넥슨 지주회사인 넥슨홀딩스(현 NXC) 대표로 물러났다.

이어 작년 7월에는 대표이사직을 다시 사임하고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넥슨은 국내 증권시장에는 상장하지 않고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