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적합' 판정 타워크레인, 건설 현장에 버젓이 설치

대형이 소형으로···짜깁기 횡행 여전 검사 측 "부적합 판정돼 재검사 예정" 현장 "밝힐 입장 없다. 타워는 있다"

2022-02-18     이호준 인턴기자
8t 타워크레인을 2.9t으로 개조한 132hc-DW 소형 타워크레인이 경기도 광주의 한 건설현장에 세워져 있다./ 익명 제보자 제공

제작된 지 30년 가까이 돼 낡은 데다 편법 개조까지 이뤄져 '부적합' 판정을 받은 소형 타워크레인이 경기도 건설 현장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수 차례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정작 현장에선 부적합 크레인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8t 타워크레인을 2.9t으로 개조한 '132hc-DW' 소형 타워크레인이 경기도 광주의 한 건설현장에 설치돼 있다. 더욱이 이 현장은 경기도 광주시가 발주처인 지상 4층 규모 행정복합시설 공사장이다. 

부적합 크레인은 1995년 독일 립벨사가 제작한 대형 유인 타워크레인 기종을 소형으로 편법 개조한 장비다. 본래 사람이 타서 조종하는 장비로 수입했다가 전기 패널을 붙여 사람이 타지 않고 밑에서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개조한 뒤 소형 크레인으로 다시 등록했다. 

2018년 11월 20일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3t 미만 타워크레인 편법 개조 형식 목록’에 따르면 이들 타워는 임대사 이니셜 DW를 붙이면서 임의로 개조됐다. 국토부가 소형 타워크레인 등록 지원사업을 벌였던 2016년 7월 29일 5대가 일괄 등록됐다. 지금은 이런 개조가 불법이지만 2016년 당시엔 정부의 소형 크레인 보급 장려 정책 덕에 '신분 세탁'이 됐다.

‘3t 미만 타워크레인 편법 개조 형식 목록’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 현장에 위치한 타워크레인은 형식 명칭만 바꿔 재등록됐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제공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사민정 회의에서 끊임없이 지적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나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본래 대형으로 등록된 크레인이 편법 개조를 거쳐 소형으로 재등록돼 1개의 크레인에 호적이 2개가 있는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대형 타워를 소형 타워로 개조할 경우 안전에 우려가 있어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개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조변경 타워는 독일 도면 그대로 무게만 바뀌었다. 개조된 타워크레인 도면에서는 25m~40m까지 지브 끝에서 인양 최대치인 2.9t을 들 수 있게 설계됐다. 그러나 개조되기 전 132hc 본 모델은 용량이 큰 8t 타워크레인임에도 지브 끝단에서 들 수 있는 하중은 2.2t으로 확인된다.

실제 개조 전·후 비교 시 해당 타워는 독일 도면 그대로 무게만 바뀌었다./ 립벨 · '타워크레인 건설장비 사고 및 기술정보' 네이버 카페

더욱이 검사 ‘적합’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크레인이 먼저 설치된 것도 석연치 않다. 타워크레인 검사 총괄을 맡고 있는 기관인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정성모 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부적합이 나서 재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동차 생각하면 편하다. 임대사에서 아마 조치 후에 다시 요청이 들어 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축주인 광주시 측은 해당 타워크레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관수 광주시청 행정자치국 회계과 광남동 행정복합문화시설 담당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광주시가 2017년부터 건립을 계획했던 공사인데 타워크레인이 문제라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보통 건설 자재를 관급에서 현장에 제공하곤 있지만 타워크레인은 특수한 경우에 속해 시공사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 권석준 소장은 향후 타워 가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따로 입장을 표명할 게 없다. 타워는 아직 있는 상태”라며 “현재 타워크레인 전기 용량이 부족해 착공은 3월 2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소유자가 편법적으로 구조변경 하는 사례가 만연하다는 지적에 지난해 10월 27일 '구조변경 타워크레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고지했지만 구조변경 타워크레인은 현장에 버젓이 세워졌다.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원희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홍보국장은 여성경제신문에 “곧 착공인데 부적합 판정을 받은 크레인을 먼저 세우고 검사는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식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부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