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넷플릭스, K-웹툰 실사화 '흥행 불패'인 이유

'지금 우리 학교는' 10일 연속 전세계 1위

2022-02-08     손세일 인턴기자
넷플릭스가 지난 28일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이후부터 6일까지 9일 연속 전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웹툰 원작 포스터(왼쪽)와 넷플릭스 드라마 포스터(오른쪽). /네이버 웹툰,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K-웹툰의 실사화 콘텐츠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넷플릭스 순위권 단상에선 고등학생이 대걸레를 들고 좀비와 싸우는가 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지옥행을 고지받은 사람들이 광기에 빠져 특정 종교단체에 빠지고 있다.

8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 스트리밍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역대 1위에 오른 한국 드라마 3편 중 '오징어 게임'을 제외한 2편이 웹툰 원작 드라마다. 특히 지난 28일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이후부터 7일까지 10일 연속 전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주동근 작가가 연재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넷플릭스 흥행작 중에는 만화에 기반을 둔 작품이 많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지옥'과 '좋아하면 울리는' 또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고, 지난해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심을 받았던 'D.P.' 역시 'D.P 개의 날'이라는 제목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재가공한 콘텐츠다.

K-웹툰의 실사화가 OTT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검증의 용이성'을 꼽았다.

박기수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내 웹툰이 이미 20년 전부터 즉시 검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해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스토리 상의 재미가 보장된 웹툰을 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콘텐츠 제작단가가 높아지면서 리스크가 커지니 확률이 높은 '보장된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최근 콘텐츠 시장은 원천 IP(지적재산권) 확보부터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원천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유통까지 같은 계열사가 독점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상황도 한몫했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포스터(왼쪽)와 네이버 웹툰 원작의 한 장면(오른쪽). /넷플릭스, 네이버 웹툰

원작을 본 사람들도 재가공된 콘텐츠를 새롭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현 언어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시청자들은 '얼마나 잘 만들어졌나', '원작이랑 다른 점' 등 새로운 점을 찾고 소통하는 사회적인 재미 또한 기대한다"고 말헀다.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 '람툰'을 연재중인 강아람 작가 또한 '재미가 보장된 콘텐츠'라는 점을 꼽았다. 강 작가는 "별점이나 조회수에 따라 '흥행 공식'을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 넷플릭스 1위를 하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도 이미 원작 웹툰에서 높은 별점과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과 영화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콘텐츠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웹툰은 고정적인 이미지들로 구성된 반면 영화는 연속적인 프레임들로 구성된다"며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웹툰을 본 이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비교하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웹툰업계 관계자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보장된 콘텐츠'를 인기 이유로 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리스크를 두려워 한다"며 "자신이 이미 알고 좋아하는 익숙한 이야기를 한번 더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평점·댓글 등 다른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자신이 '직접' 본 콘텐츠가 신뢰가 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최근 OTT에서 장르물(특정 장르적 속성이 두드러져 핵심 서사가 그 속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드라마)이 강세"라며 "기존 TV드라마에는 로맨스 등 장르로 치우쳤었지만, 장르물 IP가 많은 웹툰에 의해 장르적인 니즈도 충족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콘텐츠 팬이 해당 IP로 만들어진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웹소설 팬은 웹툰으로, 웹툰 팬은 드라마로 넘어가면서 트래픽이 올라가고 수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사들이 더 좋은 IP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