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자금 세탁 성행···지난해에만 약 10조원 규모

2021년 글로벌 암호화폐 자금 세탁 규모 10조원 스마트 계약 플랫폼 이체 금액, 1년 새 400배 증가

2022-02-05     김현우 기자
지난해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에서 관람객들이 NFT 예술품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NFT 시장에서 불법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FT 워시 트레이더(Wash Trader)라고 불리는 불법 행위 집단이 속출하고 있다. 하나의 NFT 상품을 여러 개 지갑으로 구매해 상품 가치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4일 블록체인 연구 및 분석 회사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암호화폐를 통한 글로벌 자금 세탁 규모는 총 86억 달러(약 10조3500억원)에 달했다.

체이널리시스 관계자는 "최근 블록체인 분석으로 개인 지갑을 통해 하나의 NFT를 25회 이상 판매한 총 262명의 사용자를 식별했다"며 "이들은 다수의 개인 지갑을 통해 NFT를 구매한 후, 다른 사용자가 해당 NFT의 가치가 높다고 믿게끔 하는 방법으로 약 41만 달러(약 4억9000만원)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체이널리시스는 "NFT를 이용한 자금 세탁 규모는 2021년 초와 비교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투자자들은 자금세탁 및 기타 부정행위에 대해 충분한 보호 조치가 갖춰진 NFT 마켓에서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시장, 규제당국, 법집행기관은 NFT 거래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 불법 자금 세탁 추이(년도별). 단위: 달러(빌리언:10억). /체이널리시스

체이널리시스는 "NFT를 통해 암호화폐 자금을 세탁한 이들이 특정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체이널리시스는 보고서를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몇몇 소수의 거래소에서만 거래되고 있다"며 "해당 거래소 중 대부분은 자금 세탁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한 2021년 기준 2개의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 플랫폼에 442억 달러(약 53조190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가 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인 2020년 집계된 1억 600만달러(약 1277억4000만원) 대비 40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범죄 행위와 연관된 주소에서 NFT 마켓으로 보내진 암호화폐 규모도 지난해 3분기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넘었으며, 4분기에는 140만 달러(약 16억8500만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탈중앙화금융(DrFi·디파이)이 자금 은닉·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기준 범죄자들의 지갑에서 이동한 자금 중 약 17%가 디파이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 관계자는 "디파이 프로토콜 중 다수는 다양한 유형의 암호화폐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면서 "자금 세탁에 굉장히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21년에 약 4억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해킹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해커도 디파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NFT 시장에서 불법 자금 세탁이 성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최서지 국회도서관 해외법률조사관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에서 NFT 규제들이 논의될 때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상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지만, 투자 또는 결제같이 일반적인 가상자산 성격으로 사용되면 가상자산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하루 빨리 법안을 도입해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논의될 때 불법 자금 세탁 관련 내용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며 "국회의원과 업계 전문가, 정부 생각을 정리해서 법안이 논의되면 금융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NFT 시장은 지난해 3분기 들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NFT가 게임, 소유권에 가치를 부여하는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NFT 거래액은 2018년 3676만 달러(약 440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6683만 달러(약 800억2000만원)로 2년 만에 급성장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서울옥션, 컴투스홀딩스, 위메이드, 엔씨소프트 등 상장 기업들이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긍정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게임업계는 NFT를 통한 P2E(Play to Earn) 시스템을 도입하며 '돈을 버는 게임'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미술업계는 NFT를 통한 작품을 유통·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