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참사 HDC 때문에···서울시 잠실 마이스 사업 '흔들'

HDC그룹 지분 20% 시공·운영사로 참여 영업정지시 우선협상지위 상실 가능성↑

2022-01-28     이상헌 기자
HDC현대산업개발 부실시공으로 무너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왼쪽)과 주변 동. /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해온 2조원 규모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사업 20% 지분을 가진 업체가 광주 건설현장 참사의 장본인인 HDC현대산업개발이기 때문이다. 

시공사·운영사로 참가 중인 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를 넘어 건설업 면허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HDC그룹의 한화 컨소시엄 참여 지분은 20%에 달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업무시설 운영투자사(OI)로서 11.1%, 건설투자사(CI)로서 5% 참여하는 동시에 HDC자산운용이 재무투자자(FI)로 0.9%, HDC호텔이 숙박시설 투자사로 2% 참가중이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컨소시엄 참여 초기부터 안전관리 미흡과 부실시공으로 시공사·운영사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공공 건설공사 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도 '매우 미흡’으로 평가받으며 10대 건설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토부 안전관리 수준평가는 건설공사 참여자의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평가하고 공개하는 제도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사망 9명을 포함한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어 지난달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실종자 포함 7명의 사상자 발생이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시가 발주한 공공 시설물도 부실공사를 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고척스카이돔은 2005년 완공 이후 2021년 3월까지 224개 누수가 발생했다.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창호 틈새 등의 정밀 시공 결함이 원인이었다.

특히 복합시설 건설사업은 시민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시공사의 높은 신뢰도는 필수다. 그럼에도 한화컨소시엄은 현대산업개발의 역세권 복합개발 경험을 앞세워 지난해 12월 10일 한국무역협회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지난 17일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 그래프는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 잠실 마이스 복합개발 시공사로 참여중인 한화컨소시엄 출자 비율. /여성경제신문DB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사업주관사인 한화그룹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부산 에코델타시티사업 등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협상권을 포기하거나 박탈당한 전례가 있다.

HDC그룹 역시 지난 2019년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약체결 후 무리한 재협상과 재실사를 요구하며 일년 가까이 시간을 끌다 거래를 파기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과는 입찰보증금(2500억원) 지급 소송이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잠실 마이스 사업공고문을 보면 한화컨소시엄에 배정된 사업비는 최대 2조1672억원에 달한다. 사업 방식은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국가에 기부채납하기 전까지 40년간 시설을 직접 운영(Operate)해 수익을 추구할 권리가 주어진다.

잠실 마이스 사업의 최초 제안자는 GS건설, 대우건설이 건설투자자(CI) 자격으로 참여한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이었으나 한화컨소시엄에 밀려 차순위로 선정됐다. 한화컨소시엄이 중간에 낙오할 경우 협상지위를 승계할 수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무산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HDC 한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수습과 회사 정상화가 최우선"이라며 "행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은 추후 결과가 나오면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현대산업개발 면허정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일 광주 붕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대재해 사고를 반복해서 일으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위험한 기업활동을 못 하도록 건설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