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 10년...전통시장 살렸나?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효과 미비 상인들 "접근성 높일 방안이 필요" 규제 후, 대형마트 매출 영향 없어

2022-02-01     김현우 기자
설을 나흘 앞둔 전통시장이 한가롭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 모습. /김현우 기자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여 년이 지났다. 해당 제도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와의 상생이 도입 취지였는데 여전히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뜸한 상태다. 일각에선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업 제도가 정착된 현재, 대형마트의 대안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대형마트 휴무 때 전통시장을 방문할 것이다'는 설문에 응답한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슈퍼마켓을 간다'는 응답이 37.6%로 가장 많았는데 뒤를 이어 전자상거래 이용 14.7%, 편의점 이용이 11.3% 순이었다. 

한국유통학회가 2020년에 조사한 '대형마트 휴무 시, 대안은?'이란 질문에도 5.81%의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쇼핑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소비자는 19.7%에 달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에도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그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태진 홍대소상공인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의 경우 1km 이내에 대형마트가 들어섰다"며 "이후 시장 전체 매출은 30%가량 줄었는데, 의무 휴업 제도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제도의 실효성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한 온라인 거래 추이도 전통시장 상생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도입된 2012년과 지난 2019년 업종별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온라인 유통 점유율은 9.1%포인트 늘었다. 약 10년 만에 시장 규모가 6배 이상 커진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각각 2.6%포인트, 1.5%포인트 하락했다.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소매점의 경우 11.4%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실 현재 국회에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상생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라며 "법안 자체도 실효성이 부족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슈가 묻힌 상황이다. 여기에 온라인 거래 추이도 상승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의무 휴업 외에도 시대에 맞춰 전통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개정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통인시장 곳곳에 문 닫은 상점이 보인다. /김현우 기자

대형마트 측은 의무 휴업 외에도 전통시장 살리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를 운영 중"이라며 "전통시장 안에 매장을 설치해 젊은 층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전통시장 자체가 고령층이 주 고객이다 보니 유동인구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젊은 층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4년 전까지는 전통시장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따로 상생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다만 수도권 외 지역 점포에선 휴일에 사용하지 않는 주차장을 통해 소규모 장터를 여는 등 지역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의 경우 의무 휴업 규제에도 불구하고 점포 수·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마트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총 매출은 약 15조원에 달했다. 2018년 약 14조원과 비교해도 약 1조원가량 늘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매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가 생긴 2012년부터 추이를 보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대형마트 의무 규제 도입 직후 5년 간 대형마트 3사 매출 추이(단위 :조원)./한국콘텐츠미디어

또한 일부 대형 백화점 내의 마트 등에서는 휴무일에 '출장 세일 판매'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등 의무 휴업 제도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6월에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 대다수 백화점 브랜드에선 의무 휴업일에도 점포 등록지가 아닌 야외 출장 세일 형태의 임시 점포를 차려 버젓이 영업하기도 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공익 목적의 행사도 포함되어 있었다"면서도 "의무 휴업 제도는 등록된 '대규모 점포'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이 외에 야외 행사장에서는 휴업 제도가 적용되지 않음으로 불법 영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백화점 출장세일 실적. /산업통상자원부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상생을 위해 대기업 규제 방향으로만 치우치면 오히려 전통시장의 체질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상생 논의는 대기업 규제보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10여년 동안 그러지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상인도 "대형마트가 쉬면 손님이 더 오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효과가 없다"면서 "차라리 시장의 주차시설이나 화장실을 개선하고, 공원과 같은 주민 휴식 시설을 시장 근처에 설치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9월 21대 국회에서는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 조항을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안 총 16개 중 나머지 15개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를 떠돌고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혁신 매장이 지역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런 혁신적인 소매 매장을 통해 전통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