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임' P2E 해보니···놀이인가 일인가

무한돌파삼국지·엑시인피니티 새로운 경험·감동보단 의무감

2022-02-02     손세일 인턴기자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가 관심을 받고 있다. /픽사베이

게임은 놀이다. 게임(game)의 어원이 인도유럽어족 말로 '흥겹게 뛴다'는 뜻인 'ghem'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을 만큼 사람들은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길 기대한다. 그런데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미도 챙기고 돈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돈 버는 게임' P2E는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았다. P2E 게임은 게임 안에서 미션을 수행해 토큰을 받고, 이 토큰을 외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실제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많은 게이머를 현혹시켰다. 해외에선 이를 활용한 게임 다수가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의 주요 게임 개발사 또한 P2E 모델을 활용한 게임 개발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들린다. 20대 대선후보들도 P2E에 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며 연일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기자가 직접 P2E 게임을 플레이해 봤다. 해본바 P2E 게임이 기존 게임들처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새로운 경험이나 감동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먼저 다가왔다.

사행성과 환금성을 이유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국내 앱 마켓 퇴출 처분 여부에 가장 말이 많았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이하 무돌삼국지)를 해봤다.

무돌삼국지는 '리버스'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지난 2013년 출시됐던 '무한돌파삼국지 for kakao'에 P2E 요소를 넣어 재발매한 게임이다.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플레이 화면.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캡처

무한돌파삼국지는 삼국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케이드 슈팅 RPG 게임이다. 200종의 삼국지 영웅을 소환해 성장시키고, 세 명의 영웅으로 팀을 꾸려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손가락으로 캐릭터를 좌우로 이동하면 캐릭터가 알아서 공격하고, 필살기도 오른쪽에 있는 버튼만 클릭하면 된다.

2013년 유행했던 모바일 게임의 전형이다. 지난 2012년 출시해 당시 다운로드·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큰 반향을 이끌었던 '드래곤 플라이트'가 생각났다. 10년 전에나 유행했던 게임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돈 몇 푼 벌기 위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지급받은 후 환전이 가능한 토큰은 일일 임무 등을 수행하면 받을 수 있다. 큰돈도 아니다. 몇천원 벌기 위해 재미도 없는 게임을 의무감으로 해야 한다니, 한때 유행했던 '휴대폰을 켜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캐시슬라이드'가 생각났다.

'P2E계의 포켓몬 게임'이라 불리는 엑시인피니티 역시 원조 포켓몬 게임보다 한참 부족한 완성도가 느껴졌다.

엑시 인피니티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로 발행된 '엑시'라는 몬스터를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해 재화를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얻은 게임 재화를 거래하고 판매할 수 있어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에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월급보다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주는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 엑시 3마리가 필요한데, 최소 100만원 정도가 든다. 성능과 능력이 좋은 엑시일수록 가격은 더 비싸다. 초기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오랜 기간 플레이하거나, 구매한 엑시를 다시 팔면 된다.

게임 자체로 넘어가보자. 엑시 인피니티는 턴제 RPG 게임이다. 나만의 몬스터를 키우는 턴제 RPG 게임이라는 점에서 포켓몬스터 게임과 비슷한 요소가 많다.

그래서 과연 1996년 첫 발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 강호'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와 비교해봤을 때 엑시인피니티를 '즐길만한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8일 출시한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가 메타크리틱에서 출시 당일 평점 86점이라는 고득점을 획득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게 다수 게이머들의 평이다.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는 몬스터가 한 차례씩 번갈아 공격하는 턴제 게임의 지루함이라는 단점을 뛰어넘기 위해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 요소를 추가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엑시인피니티는 엑시가 공격하기 위해 찔끔 움직이는 게 다인 정도다.

'P2E계의 포켓몬 게임'이라 불리는 엑시인피니티(위쪽)는 원조 포켓몬 게임(아래쪽)보다 한참 부족한 완성도가 느껴졌다. /엑시인피니티, 포켓몬컴퍼니

P2E 게임은 분명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게임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 돈을 쓰는 'P2W(Pay to Win)'의 부정적인 면을 타파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무기 하나가 중형차 가격과 맞먹는다는 점과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반지 하나가 천만원 상당에 거래되는 점은 게임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P2E 게임 열풍은 P2W에 대한 게이머들의 분노가 역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특히 수천만원을 지불했더라도 아이템은 결국 게임사의 것이라는 점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제 아무리 비싼 아이템이더라도 해당 게임이 종료되면 내 아이템은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P2E 게임은 해당 게임이 망해도 블록체인 기술로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영원히 가질 수 있는 내 아이템'이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제 아무리 금전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더라도 '재미가 없는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위 '대작'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은 '감동'이 있고 '새로운 경험'이 있다. 너티독이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캐릭터와의 유대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고, 닌텐도의 오픈월드형 어드벤처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스케일과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듯 말이다.

P2E 게임이 사람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서는 게임 본연의 재미와 완성도가 우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