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인플레이션 추이, 달러 동향의 키

달러 동향, 연준 금리인상 강도와 속도에 좌우

2022-01-29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고 이날 밝혔다.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폭이다./연합뉴스

티베트는 척박한 곳이다. 사람들은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산 아래에서 야크를 키워 우유를 얻고 보리 가루를 섞어 만든 참파를 먹는다. 채소 재배가 어려워 부족한 비타민 공급원을 찾아 해발 4000m가 넘는 아찔한 협곡을 헤치고 5000km가 넘는 차마고도를 개척했다.

이들은 보이차로 유명한 중국 운남성 보이시(市)에 이르러 티베트에서 운반해온 말과 약재를 차와 소금으로 교환해 생계를 이어갔다. 수천 년간 이어진 차마호시(茶馬互市)의 교역에서 화폐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말을 주고 차를 받아가면 그만이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이런 형태의 물물교환을 교역의 주된 수단으로 삼아왔다. 화폐는 국가가 세금을 쉽게 거두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용이 장려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국제교역의 규모가 커지면서 금은(金銀)을 비롯한 화폐의 사용은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같은 금은을 사용해 화폐로 주조하더라도 국가에 따라 부르는 통화의 명칭은 달랐다. 영국은 파운드, 독일은 마르크, 미국은 달러였다. 그러나 금 1온스가 가지는 가치는 변하지 않으므로 각국의 통화가 서로 교환되는 가격인 환율을 정하기는 쉬웠고 쉽게 바꾸지 않아도 되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금 1온스가 20파운드로 거래된다고 하자. 만약 이제 미국에서는 금 1온스를 35달러에 살 수 있다면, 영국에서 1파운드가 가지는 구매력은 미국에서 1.75달러가 가지는 구매력과 같을 것이다. 따라서 달러/파운드 환율은 파운드당 1.75 달러가 된다.

이러한 금본위제(gold standard) 하에서는 환율의 변동성이 적어 안심하고 활발히 국제무역에 참여할 수 있다. 어떤 조선사가 배 한 척을 만들어 1천만 달러를 받고 팔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현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라면 그 회사는 배를 판 수입이 120억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환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계상될 예상 매출액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에 의해 미국에서 금본위제가 폐기된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외화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되게 되었다. 이러한 자유변동 환율제도 하에서는 마치 주식시장에서 수급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듯이 외화의 값인 환율도 수급에 따라 춤을 추듯 등락을 거듭하게 되었다.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함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환율은 주가지수나 금리보다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왜 그럴까? 거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우선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첫째로,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달러당 환율은 오른다. 물가 상승으로 그 나라 통화의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외환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가 좋은 예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서 터키 리라화 가치가 50%나 급락했다.

둘째로, 금리가 오르면 대체로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달러당 환율은 떨어진다. 고금리를 쫓아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그 나라 채권을 사기 위해 달러를 팔고 그 나라 통화를 사기 때문이다. 즉 달러 공급이 증가해 달러 값인 환율을 밀어 내린다.

셋째로, 수출이 증가하면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게 되므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늘어나 환율은 떨어지는 반면, 수입이 증가하면 해외 물건을 사는 데 쓰일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환율은 상승한다. 즉, 무역수지 흑자는 자국 통화의 강세와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40년 만에 최악 수준을 기록하면서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픽사베이

그렇다면 현재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미국 달러화 가치는 하락할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하여 무조건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환율은 두 나라 간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높다면 그 나라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한다.

거기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하여 연준이 곧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를 올리면 이는 대개 달러 가치에 호재가 된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달러에 미칠 영향도 마찬가지로 상대적이다. 만약 다른 나라가 더 빨리 금리를 올려버리면 오히려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오르면서 달러는 약세가 된다. 달러 금리 자체보다 양국 간 금리차(interest rate differential)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타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반드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투자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몰려들어 달러 가치가 오른다. 

그런데 연준이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 전망되면, 투자자들은 오히려 채권을 팔고 관망할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채권 가격은 내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연준이 0.5% 그리고 0.75%씩 예상외로 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했던 1994년의 이른바 ‘채권 대학살(Great Bond Massacre)’ 당시 실제로 일어났다.

또한, 금리 인상은 통상 경기가 좋을 때 이루어진다.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면 주가도 상승세를 타므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해외로부터 주식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른다. 그런데 연준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주식시장도 붕괴를 맞게 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 달러는 약세로 전환된다.

결국 달러 환율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수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자산 가격의 동향이다. 연준이 완급을 조절하면서 0.25%씩 단계적으로 서서히 금리를 올린다면 안정자산 희구 심리에 따라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는 오를 것이다.

반면, 1990년대에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그랬듯이 시장의 뒤통수를 치듯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여 채권과 주식시장의 붕괴를 가져온다면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전망은 어떨까?

연준이 앨런 그린스펀의 선제적 금리인상 정책으로 복귀할지, 아니면 신임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이 강조했듯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려 노력할지, 그 키는 사실 연준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쥐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3%가 넘는 한 연준은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는 좌절하고 연준과 바이든 행정부의 인기도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달러 가치는 미국 자산 가격의 동향에 좌우된다. 자산 가격은 경제 펀드멘털을 반영해 정해진다. 타국의 펀드멘털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 전망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펀드멘털을 해치는 주된 요인이다. 물가 동향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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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드너웹대학교에서 재무·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