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모바일 게임에 월33만원” 이용자들 뿔났다

[청년이 본 세상] 게임 업데이트마다 유도되는 과금 게임 이용자 76% "매달 게임에 지출" 유저 대부분 2030, 월 33만원 지출

2022-02-01     김길재 국민대 중국정경전공 학생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게임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인천 A 대학 전기공학과 4학년 손모 씨(24)는 코로나19 확산 후 집에 머물게 되는 시간이 늘면서 모바일 게임에 점점 빠져들었다. 누워서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과금이 유도되는 것에는 반감을 느낀다. 손씨는 “돈을 쓰지 않으면 다른 이용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게임 이용자 수는 증가일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게임을 이용해본 국민은 70.5%로 2019년의 65.7%보다 4.8% 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게임 인구가 늘수록 과금에 대한 불만도 커진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 중 상당수는 적지 않은 돈을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손씨는 "게임을 같이 시작한 친구들도 한 달에 들어오는 수입에서 게임으로 나가는 돈을 부담스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이용자 76% 매달 지출”

여러 장르의 게임 중에서도 특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며, 이 콘텐츠와 관련된 과금량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인 N사의 MMORPG인 M 게임의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응답자 2042명 중 76%(1550명)는 “매달 게임을 위해 돈을 지출한다”라고 답했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인 N사의 과금액과 과금인원 통계자료. /김길재

이들이 평균적으로 쓰는 금액은 월 33만원에 달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대부분은 20~30대로,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이용자들은 “MMORPG 과금의 대명사인 L 게임과 비슷한 면을 지니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많은 돈을 요구한다”라고 말한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M 게임은 방학 때 하기 좋아서 ‘방학 게임’으로 통한다. 방학 기간 나오는 풍성한 이벤트들이 2~3달만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대학생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들 중 일부는 방학이 끝난 이후에도 게임이 재밌어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부턴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기려면 몇십만이 들게 된다. 

“자석펫, 확장권, 부캐릭터…돈, 돈, 돈”

서울 B 대학 중국학부 김모 씨(23)는 2021년 1월 겨울방학 동안 이 게임을 처음 접했다. 게임에 매력을 느껴 3월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게임을 계속했다. 그러나 사냥 관련 아이템을 자석처럼 빨아들여 엄청난 편리성을 가져다주는 일명 ‘자석펫’을 구매하는 데에 20만원이 드는 것을 알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이외에도 더 많은 캐릭터 생산을 위한 캐릭터 슬롯 확장권, 창고를 더 늘려 부캐릭터에게 물품을 넘겨주기 위한 창고 확장권과 같은 편의성 아이템들도 각각 6900원, 5900원 캐시로 판매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김씨의 불만이다.

“MMORPG 게임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든다. 과금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접한 게임은 해당 상품들을 구매하지 않으면, 구매한 사람과 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벌어들이는 재화 자체가 달라진다. 이 게임에서 강해지기 위한 시스템으로는 인게임 재화를 통해 장비를 직접 강화해 성능을 올리는 방법과 유료 아이템인 큐브를 사용해 아이템의 잠재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금 약 50만원어치의 재화를 투자하고도 더 약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당히 부담되는 게임 과금

경기도 소재 C사에 근무하는 회사원 윤모 씨(23)는 “강화로 인한 인게임 재화 소모와 현금 소모도 심하지만, 치장 아이템에 쓰는 돈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명 코디 아이템으로 불리는 이런 치장 아이템은 판매 기간이 끝난 후 구매를 하려면 가격이 2~100배까지 뛰기도 한다고.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은 “M 게임 외에 다른 여러 모바일 게임도 지나치게 높은 과금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고객들이 내는 돈이 게임의 발전에 재투자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유저에 감동 준 L 게임

반대의 사례도 있다. 2021년 12월 18일 S사가 서비스하는 L 게임의 겨울방학 업데이트 쇼케이스(특별게임)가 열렸다. 최근 L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 능력은 여러 게이머에게 감동을 주며 흥행몰이를 해왔다. L 게임 개발진의 수장은 상당수 이용자로부터 “유저를 진심으로 위하는 개발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고객들이 투자해주신 만큼 확실하게 재투자를 하겠다”라며 “이제는 게임사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게임은 개발자와 사용자분들이 함께 만든다”라는 명언을 쏟아냈다. 

인천 D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2)는 “게임회사들은 ‘유저가 요구하는 것을 전부 들어주면 서비스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유저를 돈으로만 보고 유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게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게임회사도 변해야 한다”라고 했다. 과도한 과금 요구로 비난받는 국내 게임사들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