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LG엔솔 흥행에 LG화학 주주 '눈물'
기업분할, 자회사의 능력과 모회사의 경영 독립성 인정 시 좋은 대안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는 야곱의 첫째 부인인 라헬의 두 아들 가운데 하나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이로 인해 질투심에 눈이 먼 이복형제들의 미움을 사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간다.
그곳에서 출중한 능력을 발휘해 주인의 눈에 들고 파라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총리가 되어 주요 국정을 처리하게 된다. 마침내 이스라엘에 흉년이 들어 야곱과 형제들은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오게 된다. 요셉의 도움으로 이집트에 정착한 야곱의 가문은 그곳에서 번성하게 된다.
한편, 신약성서 ‘돌아온 탕자’의 비유는 아버지로부터 분가해 살림을 나눠가진 동생이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처럼 자식을 경제적으로 분가시키는 것은 때로는 복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은 국가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몽골 주변의 초원지대와 중동까지 석권한 칭기즈칸은 자신이 건설한 대제국을 네 개의 칸국(khanate)으로 나눠 아들들에게 물려주었다. 네 아들은 경쟁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몽골제국의 영역을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대시켰다.
반면, 9세기 서유럽을 지배하던 프랑크 왕국은 세 아들에게 분할 상속되면서 독일, 이태리, 프랑스 세 개의 왕국으로 쪼개졌고, 기원전 2세기까지 북방 초원을 호령하던 흉노제국도 좌우현왕을 두어 나라를 분리해 다스리다 한무제의 침공 이후 멸망의 길을 걸었다.
그렇다면 기업의 재무적 관점에서는 어떨까? 두 회사가 있다고 하자. 사업부문이 비슷하여 합칠 경우 경영에 시너지(synergy)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두 회사가 합병하여 기업가치를 높이려 한다. 과거 구글의 유튜브 인수나 세계 1,2위 석유화학 회사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기업은 때로는 특정 사업부문을 떼어내 독립시키기도 한다. 그 사업부문이 회사의 다른 사업부문과는 이질성이 강해 분사시켜 독립적으로 경영케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때이다. 1999년 미국의 전자회사 쓰리콤(3Com)의 팜(Palm) 분사가 좋은 예이다.
당시 쓰리콤은 라우터, 모뎀과 같은 네트워크 기기 부문에서 선두 업체였으나 후발주자인 시스코(Cisco)의 거센 추격에 고전하고 있었다. 반면, 쓰리콤의 한 사업부였던 팜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전 세계 휴대용 디지털 단말기인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에 쓰리콤은 팜을 분사시켜 독자 경영하게 하는 한편, 사업부의 슬림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자 했다. 또한, 팜 주식을 상장해 운영자본도 확충코자 했다. 2000년 초 진행된 기업공개 (IPO) 당시 팜 주식 공모가는 38달러였으나 상장 첫날 주가는 165달러로 4배 이상 뛰었다. 당시 닷컴 버블에 편성해 팜 주가는 803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쓰리콤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처럼 사업부를 분사시켜 그 주식을 상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다. 최근 일반주 공모를 마친 LG 에너지 솔루션(LG엔솔)이 한 예다. 모회사인 LG화학은 전통적 사업 부문인 석유화학과 생명과학 분야로 슬림화를 꾀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전지사업 부문을 독립시켰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성장성을 반영해 LG엔솔의 공모주 청약에는 역대 최고인 114조 원이 모였고 청약자 수는 440만 명에 달했다. 전국민 12명 가운데 한 명이 LG엔솔 주식을 사려고 몰렸다. 이번 분사와 상장과정에서 모회사인 LG화학은 LG엔솔 주식을 팔아 2조 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했고 LG엔솔은 신주 공모를 통해 12조 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기업 분할을 통해 모회사인 LG화학과 자회사인 LG엔솔 모두 손해 볼 일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LG화학 주주들은 울분에 차있는 모습이다. LG엔솔 분사가 발표된 2020년 12월 이후 주가는 줄곧 내림세를 보여 왔다. 작년 초 고점인 105만 원 대비 38%나 폭락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것은 LG화학의 LG엔솔 분사 방식이 쓰리콤의 팜 분사와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쓰리콤은 팜을 분사할 때 인적분할 방식을 썼다. 스핀 오프(spin-off)를 통해 기존 쓰리콤 주주에게 팜 주식을 나누어 주었다. 팜 주가가 오르면 쓰리콤 주주도 부자가 됐다.
반면, LG화학은 물적 분할을 통해 LG엔솔을 분사시켰다. 카브 아웃(equity carve-out)을 통해 LG화학이 LG엔솔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을 썼다. LG화학 주주들은 LG엔솔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했다. 그 후 LG화학은 LG엔솔 주식 4.25%를 팔았다. 기업공개 후 지분율은 더욱 희석되었다. LG엔솔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일반주주의 소외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LG화학 기존 주주에게 보상할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은 보유 현금으로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되사 소각함으로써 주가를 부양한다. 주식 바이백(buyback)으로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LG화학은 구주매출로 마련한 현금 2.2조 원 중 일부를 활용해 주식을 되사 주가 가치를 부양할 수 있다.
또한, LG화학이 보유한 LG엔솔 주식을 주식배당 방식으로 주주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LG화학의 지분율은 더 낮아지겠지만 일반 주주의 소외감은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LG화학이 LG엔솔을 분사한 본질적 이유 중 하나가 자본 조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사업에 투자하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빚을 줄여 자본구조(capital structure)를 바꾸려는 의도로 사업부 분사를 이용할 때는 일반 주주에 대한 보상의 여지가 좁아진다. 이런 이유로 모회사 주가의 전망도 어두워진다. 일반 주주를 중시하지 않는 회사에 장기 투자할 투자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LG화학 주가의 향후 전망이 반드시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물적분할 방식의 기업 분사 후 모회사의 장기 주가 수익률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자회사와 모회사가 모두 경영성과가 좋고, 모회사가 자회사에 경영의 독립성을 충분히 인정한 경우에는 주가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상회하였다고 한다.
요컨대, 자회사를 분가시켜 훌륭한 독립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자회사가 그럴 능력이 있을 때, 기업 분할은 하나의 경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인 것은 일반주주도 회사 지분(ownership)을 보유한 주인임을 명심하는 것이다. 주주 중시 철학에 기반해 경영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회사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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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