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넷플릭스·왓챠… 구독경제 시대에 줄줄 새는 구독료

[청년이 본 세상] 2030세대, 'N인팟' 활용 다수 서비스 구독 가입 후 방치, 매달 자동이체, 해지도 복잡

2022-01-20     안다은 국민대 한국어문학부 학생
팩트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와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로 구독경제 시장이 미디어 분야뿐만 아니라 소비재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월 5만8790원.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몰랐는데, 모아서 보니까 꽤 큰 금액이네요.”

K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서모 씨(24)는 자기가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구독료를 필자의 권유로 처음 합산해 본 뒤 다소 놀랐다. 서씨는 현재 OTT(Over-The-Top·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음원 스트리밍, 어도비 등 7개의 정기구독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 중 소수만 집중적으로 쓰고 나머지는 거의 버려둔다고 한다. 그는 “돈 내는 만큼 적극적으로 사용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구독경제 시대에 줄줄 새는 구독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 정기구독 산업이 활황을 이룬다. 구독 서비스와 20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가 다양화된 만큼 구독료를 꼬박꼬박 내면서 막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진다.

월 5만8790원…“가랑비에 옷 젖는다”

D대학 영어학과 재학생 고모 씨(24)의 스마트폰 안에 있는 그의 구독 서비스들. /안다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대다수는 월 2000원대부터 시작해 1만원대에 주로 포진한다. 서비스 당 월 정기구독료는 많아야 2만원 초반이다. D대학 영어학과에 재학 중인 고모 씨(24)는 N인팟(여러 명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뜻하는 말)으로 넷플릭스, 왓챠, 티빙을 3000원대에 이용한다. 그는 7개 서비스를 구독 중이다. 고씨는 “체감상 월 1만원 정도만 결제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훨씬 많더라.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라고 말했다.

OTT 서비스를 기준으로 1명이 가장 낮은 요금제를 사용할 때, 넷플릭스 베이직은 월 9500원, 왓챠 베이직과 티빙 베이직은 각각 월 7900원이 든다. 개인이 3개를 이용하면 월 2만~3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N인팟이다. 여러 명이 시청하는 이용권으로 등급을 올리는 대신 요금을 나눠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인팟으로 OTT를 이용할 경우 넷플릭스·왓챠·티빙·웨이브의 프리미엄 이용권을 모두 3000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질수록 지출하는 돈에 대한 경각심도 낮아진다.

K대 언론정보학부에 재학 중인 이모 씨(22)는 “매달 4만원 가까운 돈을 구독료로 낸다. 학생 처지에선 적지 않은 액수다. 내는 만큼 콘텐츠를 충분히 소비하는 것 같진 않다”라고 했다. 이씨는 넷플릭스와 티빙을 4인팟으로 이용하고 이외 4개의 서비스를 구독한다.

취업준비생인 구모 씨(21)는 왓챠·웨이브·티빙·넷플릭스 등 4개의 OTT를 사용한다. 구씨는 “성격이 비슷한 플랫폼이라 네 개나 결제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민하다 아무것도 안 보는 ‘넷플릭스 증후군’

K대 이모 씨는 가장 적게 보는 서비스를 골라달라는 질문에 “넷플릭스”라고 했다. “가장 처음 결제했던 플랫폼도 넷플릭스였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마땅히 볼 게 없다”라고 했다.

독창성뿐만 아니라 양으로도 경쟁해야 하는 OTT의 특성상 많은 작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볼거리가 많음에도 막상 구미가 당기는 작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요즘 구독자들은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을 쓴다.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보고 나온다”라는 의미다. OTT 내의 방대한 콘텐츠가 사람들을 선택의 기로 위에 세운 것이다. 결국, 이용자들은 하염없이 콘텐츠 목록만을 들여다보다 슬그머니 꺼버리고 만다.

H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 DP 같은 오리지널 작품을 보는 게 아니면 굳이 안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E대학 약학과에 재학 중인 조모 씨(여·22)도 왓챠와 웨이브를 구독하지만 “학기 중엔 별로 안 찾는다”라고 했다.

귀찮음, 번거로움

이들 중 몇몇은 ‘낭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정기구독서비스를 해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귀찮음’을 꼽는다. D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 씨(24)는 해지로 가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고 말한다. “애플리케이션에선 쉽게 해지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해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일일이 검색해 따라가야 한다는 게 참 성가시다”라고 했다.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은 계정 페이지 접속을 웹사이트로 유도한다. 구독자들은 해지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고 느낀다. /안다은

넷플릭스·멜론 등은 애플리케이션에서 구독 서비스를 해지할 수 없도록 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구독자는 계정 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기에 스마트폰 브라우저 앱을 사용하거나 PC로만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선모 씨(25)는 “서비스 버튼을 잘 못 찾겠다”라며 애플리케이션 사용의 불편함을 지적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지금은 잘 안 쓰지만, 후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점 때문에 해지를 망설인다고 한다. H대학 재학생 이모 씨는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지만 이용하긴 이용하기 때문에 해지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K대학 서모 씨도 “귀찮기도 하고, 해지하면 꼭 보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필요해지더라”라고 말했다.

해지하면 보고 싶게 하는 ‘구독 생태계’

특히 이들을 ‘구독 생태계’에 잡아두는 것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같은 각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K대 이모 씨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미에 맞는 시리즈물을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인 박모 씨(24)는 “특정 OTT서비스에만 영화나 드라마가 있어서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결제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E대학 조모 씨는 “끊은 뒤 다시 보려고 할 땐 ‘팟’을 구하기가 꽤 번거롭다”며 “더구나 나는 ‘팟장’이다 보니 앞으로 영영 안 볼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해지에 나서긴 좀 어렵다”라고 했다. ‘팟장’은 N인팟에서 결제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이제 구독경제는 미디어 분야뿐만 아니라 소비재 산업의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별로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구독료만 줄줄 새는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