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 칼럼] 윤석열·김종인·이준석 '관상 궁합'과 한계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선당후사 아닌 자신의 영달이 중요한 이준석 '상왕' 하고 싶었던 김종인, 안목·시기 오판해
지난주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일방적인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결정으로 극한의 갈등이 표출됐다. 이른바 김종인의 쿠데타 때문이다. 대선후보를 연기자로 전락시키고 김 전 위원장 자신은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서려는 시도였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이틀 만에 스스로 사퇴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있을 때는 무서울 게 없었다. '여우상' 이 대표는 '호랑이상' 김 전 위원장을 등에 업고 호기를 부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어 의총에서 탄핵 결의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 전 위원장, 이 대표의 '관상 궁합'과 한계성을 동물관상(動物觀相)을 통해 파헤쳐본다.
이 대표는 호랑이가 없어지자 입지가 약해졌다. 예전처럼 거리낌 없이 당내 분란을 야기하던 내부 총질은 줄어들 것이다. 호기롭게 흔들어대던 여우 꼬리를 은근슬쩍 내리고 살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소방관 조문 당시 "자신이 모시고 가고 싶다"고 화해 제스처를 보내며 공개발언을 한 것이다. 자충수로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여우가 꾀를 쓴 것이다. 당내인사들은 이 대표의 발언에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언제든지 자신의 권력과 영달을 위해서는 김 전 위원장은 물론 제3의 조력자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로 보는 듯하다.
어린 나이에 정치권에 입문한 이 대표는 '정도 정치'를 먼저 배우지 않고 '권모술수'부터 배웠다. '공익 정치'가 아닌, 사익을 위한 '정치꾼의 술수'를 앞세운다는 지적도 많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대할 때를 보면 개인감정을 앞세우는 것도 확인된다. 안 후보를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해 극도로 배척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보다 자신의 앞길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이 먼저이기에 당원들이 그토록 바라는 정권교체는 늘 뒷전이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제언'이었다고 포장해서 말한다. 역시 변신술에 능숙한 '여우상'다운 태도다.
여우는 굴을 팔 때 빠져나갈 구멍을 여러 개 파놓는 습성이 있다. 대부분의 여우상이 정치에 입문하면 치세에는 반듯한 정치인처럼 행세하고 난세에는 이권에 눈이 먼 십상시처럼 변신하는 걸 목격한다. 여우상을 지닌 사람들이 늘 조심하고 삼가야 할 부분이다. 보수계와 국민의힘 당원들은 여우에게 현혹돼 천금 같은 정권교체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
원래부터 '호랑이상'과 '악어상'은 '관상 궁합'이 맞지 않았다. '상충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은 '악어상' 윤 후보와 손을 잡았다. 언론에는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부탁한 것으로 비쳐졌으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그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를 더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합류하기 전부터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별의 순간이 왔다'는 둥 윤 후보를 은근히 띄우며 자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동안 윤 후보의 러브콜을 받지 못했을 때는 조급증에 윤 후보를 비판하고 다니기도 했다. 빨리 자신을 모셔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언론에 기사화시켜 표출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대권을 잡으면 상왕(上王) 노릇을 하려는 야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질 급한 호랑이가 악어의 강력한 이빨을 모조리 뽑아버리고자 반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가 여기저기에 연기를 피우며 혼란을 야기한 틈을 타 김 전 위원장이 쿠데타를 벌였으나 일일천하로 끝났다.
김 전 위원장이 쿠데타에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을 잘 못 본 탓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인간 윤석열에 대해 전혀 몰랐다. 윤 후보가 어떤 관상인지도 살피지 않았다. 한 마디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호랑이상'을 지닌 대부분 사람들은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 지금까지 만나 본 호랑이상 인물 중에, 사람 볼 줄 아는 눈을 지닌 호랑이상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둘째는 시기(時)를 오판한 것이다. 윤 후보가 아닌 일반적인 관상을 지닌 인물이 대선후보였다면 김 전 위원장이 시키는 대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가 윤석열이라면 거사일이 달라져야 했다. 밑그림은 잘 그렸으나 결국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윤 후보에 대해 잘 몰랐고 시기도 오판했다. 이번 쿠데타는 김 전 위원장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패착이며 정치권에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동물관상은 다르나 통하는 점이 많다. 둘 다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권력을 우선시한다. 자신의 이미지와 지명도를 위해 언론을 활용하는 재능이 뛰어난 것도 똑같다.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나 둘은 동색(同色)이다. 지향하는 바도 같다. 야망을 위해 결의를 맺을 수 있다. '호랑이상'도 겁이 없고, '여우상'도 철을 모르기에 겁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둘은 어마무시한 일도 쉽게 벌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여우는 자기 꾀만 믿고 나대다가 자신의 목숨을 단축시키는 동물이다. 김 전 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다시 끌어들이려는 이 대표의 시도는 눈물겹지만 어리석다.
이 대표는 선대본부의 정책, 전략, 방향, 홍보 등에 관여 말고 당무만 전념하는 게 당과 후보를 돕는 일이다. 이 대표는 의원 경험도 없으며 총선에 출마해 3전 3패한 인물이다. 그동안 어린 이 대표가 당 내부를 들쑤시고 다니며 분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하루빨리 철이 들어야 한다. 철을 모르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 철부지라는 의미는 절(節)을 모른다는 것인데 철은 ‘절기’, ‘계절’을 뜻한다. 보수계는 지금이 겨울인데 당대표가 따뜻한 봄으로 착각해 보수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오랜 기간 고생 끝에 장원급제 할 아들의 귀향을 기다리며 잔칫상을 준비하고 있다. 머지않아 자기 가문에 광명이 비출 가능성으로 가족들이 들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철부지 손자가 자신에게 눈깔사탕을 두 개만 줬다고 생떼를 쓴다. 어리지만 자신이 집안의 대장이라며 큰 거 세 개는 줘야 한다고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것이다. 들어주지 않자 어렵게 장만하고 있는 잔칫상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 지난주까지 벌어졌다.
지혜로운 자가 부지런하면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 도둑이 부지런하면 만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철부지가 부지런하면 사건이 연속돼 온 동네가 아수라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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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