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본부장도 '막말'… '주변인 리스크' 빠진 윤석열

尹 선대본 청년본부장 장예찬 씨, 고민정 향해 "박살내드릴께요" "표현 불편" 네티즌 비판에… 장씨 "저는 싸우는 게 체질" 당내서도 '2030 갈라치기' 비판… "갈등 줄이는 게 당 역할"

2022-01-15     최수빈 인턴기자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본부장(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50여 일 남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젠더·복지 등 각종 이슈에 따른 공약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대선후보 주변에서 잘못 던진 말 한마디가 역풍을 불러 판세를 요동치게 할 수도 있다.

실언이나 막말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 보다 정치에 갓 입문한 윤석열 후보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오죽했으면 불과 며칠 전만해도 '1일 1망언'이라는 비아냥이 나왔겠나. 그래도 윤 후보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실언을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후보 자신이 아니라 측근 인사들까지 실언, 막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당내 경선부터 대선 본선까지 윤석열 후보 측근으로 활동하는 장예찬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이다. 그는 최근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정부 부처를 향해 "박살을 내드리겠다" 같은 과격하고 품격 없는 발언을 일삼아 비난을 자초했다. 당내에서도 후보가 2030 지지율 견인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청년본부장' 직책을 갖고 있는 선대위 관계자가 '도 넘은' 발언을 했다고 지적한다.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고민정 의원은 11일 장 본부장이 2012년 페이스북에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사무실 1층 동물병원을 폭파시키고 싶다”라고 발언한 사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장 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민정 의원님, 제가 2012년, 10년 전 20대 초중반 시절 sns에 올린 철없는 발언까지 찾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당시 아무리 어렸어도 미숙하고 철없는 sns였다고 생각한다"고 비꼬며 이재명 후보를 저격했다.

그는 "자식 같다며 온갖 홍보 앞세운 '행복이'를 버려 두 번 상처를 주고, 성남시가 입양했다는 변명으로 뻔뻔하게 면피하는 이재명 후보의 동물관에 대한 고민정 의원님의 입장이 궁금합니다"라며 이 후보가 입양했던 유기견 ‘행복이’ 파양 논란을 언급했다.

행복이는 개 농장에서 구조돼 동물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던 개로,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행복이를 입양했다. 이후 이 후보가 경기지사 당선으로 경기도청으로 근무지를 옮겨가면서 행복이만 성남시청에 남아 파양 논란이 일었다.

장예찬 선거대책본부 청년위원장 페이스북

장 본부장은 "저랑 이재명 후보의 2012년 발언을 두고 누가 공직 자격이 없는지 토론 한 번 해보실래요?"라는 글을 다시 남겼다. "장소, 인원, 방송사 모두 고민정 의원님 원하는대로 다 맞춰드릴게요. 자신 있으면 페메(페이스북 메시지) 주세요"라면서 "박살을 내드릴게요. 언제든 환영입니다!"라고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제발 이런 표현 좀 자제해 달라", "표현이 많이 과해서 불편한 느낌이다" 등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장 본부장은 "저는 싸우는 게 체질인 것 같다"고 응수했다.

고 의원은 12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장 본부장에게 “저랑 토론하고 싶으시다고? 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다른 사람 찾아 보라”고 했다.

장 본부장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 본부장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남성혐오적' 교육을 양산하고 있으며, 기능이 아닌 이념에 기반한 부처이기 때문에 폐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각종 여성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사업도 많기 때문에 한 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9일에는 여가부 폐지와 관련된 마케팅이 '2030세대 갈라치기'라는 논란이 일자, "티저 효과"라고 자화자찬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30 여성들은 "정치권이 20대 남성의 요구를 청취하는 일에만 매몰돼 있다" "여성 청년은 청년이 아니냐" "남성 표를 얻겠다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겠다는 거냐", "이대남을 끌어안으려다 이대녀를 다 잃을 것", "여가부 폐지가 어떻게 성평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는 거냐"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갈등을 줄이고 사회를 통합하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정당이 해야 할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대통령 당선을 위해 여성 비하 발언을 하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던 것까지 연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