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만나는 윤석열, '기업이냐 vs 노동이냐' 솔로몬 선택 임박
15일 한노총 방문한 자리서 尹 입장 나올 듯 노동이사제, 영세사업장 근로기준법이 현안 "미련 버려라" vs "불가항력" 엇갈리는 의견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국회 입법 전쟁이 본격화됐다. 4·7 재보궐 선거와는 달리 여·야간 정면 충돌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 '노동 정책 현안'이 선거를 좌우할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임시회의는 이날부터 30일간 진행된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공약 발표 이전 벌어지는 입법 대결 장인 만큼 국정 판단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다. 이재명 후보가 구체적 전략을 세우고 앞서 나가고 있다면 윤석열 후보는 부랴부랴 뒤쫓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점 추진하는 법안으로는 △개발이익환수법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온라인플랫폼법 등이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검'과 함께 이준석 대표가 재개정을 약속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맞불 카드로 거론된다.
일단 대장동 특검과 개발이익환수법에 대해선 여야간 뚜렷한 입장차가 발견되지 않는다. N번방 방지법도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제도인 만큼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 처리를 제외하면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임대차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공정경제 3법 등이 줄줄이 통과됐던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전의 국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묻혀왔던 노동이슈가 상대적으로 부각돼 보이는 것이다.
이재명에 입장 정리 뒤처진 윤석열
선택 강요받는 자리 스스로 선택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된 △자영업 생계와 직결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재계가 크게 우려하는 공공부문 근로자이사 추천제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막아야할 대표적인 법률안이다. 하지만 소수석의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후보에게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지난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윤석열 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면담 계획을 보류한 채 이미 방문한 한국노총을 한 차례 더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다. 그는 지난 4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은 오는 15일 한국노총 지도부를 재방문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노동이사제 입법을 이재명 후보가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면서 더는 뒤처질 수 없다는 조급함이 엿보인다. 이번에 방문한 자리에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중인 타임오프제(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대한 그의 생각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조합 임원 1인 이상을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시키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윤석열 캠프를 지휘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주장해온 경제민주화의 마지막 단추이지만 캠프 안팎에선 파격적 발표 가능성에 우려섞인 목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임태희 선대위 총괄본부장의 동서지간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타협에 미련을 버리라는 솔로몬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캠프가 노동이사제 수용 카드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공공부문 노조가 특권화돼 있는 한국 현실에서 윤 후보가 노동이사제를 찬성한다면 2030표를 얻는 데는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다고 입법을 막기도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동이사제와 같은 법안은 일반 국민이 깊게 알지 못한다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며 "자신들이 불리하지 않으면 밀어붙이는 게 여태까지 여당의 행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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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몬의 판결이란? 솔로몬은 살아있는 아기를 칼로 두 동강으로 나누어 공평하게 반쪽씩 두 여인에게 주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진짜 어머니는 "그 아기를 죽이지 말고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하고 가짜 어머니는 "두동강으로 나누시오"라고 한다. 그렇게 모성애를 감출 수 없었던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