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혐오광고...참신함 노리다 여성 반발 산 서울우유

지난달 공개 광고···네티즌 "여성이 젖소?" 공분 소비자단체 "광고업계 인권 감수성이 문제"

2021-12-10     이소진 기자
지난 달 공개된 서울우유의 광고 영상. 논란이 되며 현재는 삭제됐다./포털 사이트 캡처

매년 성차별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광고업계에서 이를 따라오지 못하며 혐오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GS25의 남혐 광고부터 서울우유 여혐 광고까지, 전문가는 광고 업체의 뒤쳐진 인권 감수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우유가 지난 달 29일 공개한 유튜브 광고는 '서울우유의 비밀을 밝힌다'는 다큐멘터리 컨셉으로 제작됐다. 한 남성이 미지의 숲에 들어갔다 초원에서 요가를 하고 나뭇잎에 고인 물을 받아마시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남성은 이 모습을 촬영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이 젖소로 변하며 끝난다.

논란이 된 것은 지난 8일이었다. 한 네티즌이 "여성을 젖소에 비유하고, 남성이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장면"에 대해 비난했다. 서울우유는 모델 다수가 남성이라며 변명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영상을 내렸다.

서울우유 광고가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3월 아역배우를 모델로 한 광고는 당시 사회 상황과 맞물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못했고, 5월 바디로션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바디워시는 '펀슈머' 제품의 안 좋은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홈플러스, LG생활건강, 서울우유가 협업 제작한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연합뉴스

지난 3월 23일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공개된 서울우유의 광고는 엄마가 아이를 챙기는 기존 전형성을 비틀어 아이가 부모를 챙기는 모습을 담았다. 해당 광고는 아이가 늦잠자는 엄마아빠를 깨우고, 우유를 따라 주는 내용이다.

당시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네티즌은 "전형적이라도 그냥 엄마아빠가 애 챙겨주는 거 보고싶다", "아이 아침밥 굶기고 아이가 깨워도 피곤하다고 못 일어나는 부모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광고 중 두 개 영상은 유튜브의 아동 보호 정책에 따라 댓글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아동이 침실 등 사적인 공간에 있는 장면'을 금지하는 조항이 문제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등으로 인해 우유 업계가 침체기에 빠지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참신한 광고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나 번번이 소비자들의 차가운 반응만 돌아오고 있다.

서울우유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문 외에 추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어떤 대행사가 제작했는지 밝힐 수 없으며, 3월과 11월 광고는 다른 대행사"라며 "3월 광고는 따로 댓글을 막은 게 아니다. 유튜브에서 자체적으로 막은 것 같다"고 밝혔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의 인권 감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여성, 아동 같은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들어야되는데 (인권침해가) 계속 논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바뀌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