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의 게임오버] 비대면에 중국 잔치 CFS2021···그럼에도 ‘역대급’ 찬사 왜?
“코로나19 안전 최우선” 결단에 신뢰도 상승 CFS 역사 함께한 선수 대거 참가 ‘스토리텔링’ 2014년 이후 CFS 최초 중국 vs 중국 결승전
CFS 2021이 ‘중국 천하통일’로 마무리됐다. 총 1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금과 성대한 규모임에도 아쉽게 비대면으로 치러진 대회였지만, 게임업계와 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대회였다”는 평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닷새 동안 진행된, 전세계 최고 권위의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대회 ‘CFS(CROSSFIRE STARS) 2021 그랜드 파이널’이 중국 올게이머즈(AG) 우승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대회에 이어 무관중으로 진행,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스마일게이트에서 CFS를 주관하는 이스포츠전략실은 “‘CFS 2021 그랜드 파이널’의 개막에 대해 연초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각 지역에서 프로스포츠가 재개되며 e스포츠 대회들도 보다 활발하게 개최되는 분위기였지만, 실제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은 확진자 증가와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더욱 악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CFS는 예년보다 늦은 10월이 돼서야 그랜드 파이널 개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팀 관계자, 방송사 및 스마일게이트 임직원까지 200여명이 모이는 가운데 안전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 모든 상황을 살펴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각 지역별 출전팀이 정해진 11월 이후, 한국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대회 관계자들 역시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 상당수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경험했기에 준비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는 전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우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이전부터 PCR 검사를 진행하도록 안내했다. 대회 전까지 각 선수들 검사 횟수만 3번에 달한다. 코로나 음성 및 백신 접종이 확실한 선수단만 입국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이에 따라 선수들 모두 대회 참가를 위해 자국에서부터 반격리 생활을 유지하면서 지냈다.
결승전 장소로 인천 송도를 택한 이유 역시 선수단 동선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었다. 호텔과 경기장 이동 경로를 최단 거리로 했고, 일반인 출입을 막기 위해 송도 컨벤시아 정문도 폐쇄했다. 선수 식사 등은 스마일게이트 직원들이 숙소로 공수했다. 스마일게이트는 “브라질 선수들이 자국 음식을 원하면 서울 이태원까지 가서 공수해 오는 ‘맞춤 케어’로 선수 보호와 방역에 신경썼다”고 밝혔다.
대회 현장에는 별도 검사소를 마련했다. 대회 현장을 방문하는 인원은 사전에 음성이라는 검사 문자를 받았음에도 모두 간이 검사 키트로 다시 한 번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렇듯 이번 CFS 2021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안전’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열광하진 못했지만, 온라인 생중계로 대회를 지켜본 팬들은 “대면 대회 개최 욕심도 났을 만한 상황에서 과감히 올해도 비대면 대회 결단을 내린 CFS 측에 박수를”, “무엇보다 철저히 안전에 주의를 기울인 점이 신뢰를 줬다”, “대회 운영 전체 콘셉트가 ‘안전’인 듯. 다음 대회를 벌써부터 응원한다” 등 호평을 보냈다.
중국, EU-MENA(유럽, 북아프리카), 아메리카, 동남아 4개 권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 대회에 참가한 8팀은 역대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AWSM’ 마르켈 헙이 활약해 ‘CFS 인비테이셔널(CFSI) 온라인 2021’ 디펜딩 챔피언에 올랐던 라자러스, ‘웨스트 CFEL 2021(WEST CROSSFIRE Elite League 2021)’ 시즌 1,2에서 중동 지역 최초로 우승 타이틀을 획득한 이집트 팀인 팀미스, ‘CFS 2018 그랜드 파이널’ 우승, ‘CFS 2019, 2020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준우승과 3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저력을 과시한 브라질의 블랙 드래곤스, ‘Fefe’ 펠리페 카스트로의 빠른 공격 러시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CFEL과 CFSI 에서 전승으로 우승한 임페리얼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3년 만에 재개한 크로스파이어 베트남 리그에서 출전하는 CELEBe.2L과 OneT도 큰 관심을 받았다. CELEBe.2L엔 2017년도 베트남 크로스파이어 리그 전성기를 이끌었던 ‘람보(Rambo)’ 부이딘반, ‘쉐이디(Shady)’ 탄퐁마이가 속해 있으며, OneT 역시 베트남 크로스파이어의 살아있는 전설 ‘Kz’ 팜쿠옥칸을 주축으로 국제 무대에 베트남 팀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탄탄한 선수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에선 바이샤 게이밍(BS, Baisha Gaming)과 올게이머스(AG, All Gamers)가 출전해 지난 ‘CFS 2020 그랜드 파이널’ 우승팀 칭지우(Q9 E-sports Club)에 이어 중국의 우승 역사를 이어가고자 했다. 중국 팀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칭지우 e스포츠가 지난해 CFS 2020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중국 팀이 3년 만에 CFS 최강의 명성을 되찾는데 성공했지만, “칭지우의 우승은 이례적이었다”는 평도 있어 중국과 브라질의 라이벌 구도는 유지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중국 팀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중국 CFPL이 프랜차이즈로 바뀌며 각 팀에서 신예 선수 발굴에 역량을 기울여 젊은 선수 중심으로 팀이 구성돼 왔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이번 대회에 결승에 오른 AG는 ‘99즈’로 불린 3명의 99년생 선수들이 매 경기 MVP를 나눠 가졌다. 바이샤 게이밍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중국의 변방 팀으로 그간 글로벌 무대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팀이었으나, 슈퍼 발리언트 게이밍 해체 이후 ‘DBQ’ 저우싱웨이와 ‘N9’ 왕하오 등 두 명의 슈퍼 스타를 영입하며 단번에 CFS 최강 팀 중 하나로 부상했다. 바이샤 게이밍 주축 선수들 역시 90년대 후반 태생으로, 향후 이들의 행보에 더욱 주목할 이유가 생겼다.
결국 CFS 2021 그랜드 파이널 대망의 결승전은 중국팀 간의 대결이었다. 중국은 크로스파이어 세계 최강 국가로 인정받고는 있었지만, 중국팀 간의 결승전이 성사된 것은 2014년 정식 CFS 대회가 개최된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 팬들은 3106일 만의 중국팀 간 결승에 축제 분위기였다.
올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두 팀은 매 라운드, 세트마다 명승부를 펼쳤다. 1세트를 올게이머스가 라운드 스코어 10:4로 가뿐히 가져갔다. 그러나 2세트는 만만치 않았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보지 못한 두 팀은 골든 라운드까지 돌입, 피말리는 접전 끝에 결국 올게이머스가 세트 스코어 2:0을 만들며 챔피언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바이샤게이밍은 반격에 성공, 3세트를 가져가며 세트 스코어 2:1로 올게이머스의 뒤를 바짝 쫓았으나, 올게이머스는 4세트를 신중하게 플레이하며 라운드 스코어 10:7로 결국 올해의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날 우승으로 올게이머스는 우승 상금 30만 달러(한화 약 3억5000만원)을 획득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중국 팀의 대회 우승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수년간 CFEL과 CFS 인비테이셔널 등 대회 개최와, 중국 외 지역 팀들에 대한 육성 정책을 펼치며 CFS 경기 수준을 높이려고 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브라질과 베트남 등 실력이 올라오자 중국 팀들이 프랜차이즈화 이후 전력 강화 및 세대 교체에 성공하며 대회 수준을 다시 한 번 끌어 올렸다”며 “이제 다시 중국 팀들에 맞서는 브라질과 베트남 등에서 다시 한 번 답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13년 6월 CFS 시즌1 개최 이후 열 번째 대회였다. 이에 CFS 2021은 과거 히스토리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역량을 기울였다. ‘로드 투 챔피언’ 티저 영상에서는 초대 대회 우승팀부터 역대 우승 팀 로고를 보여주며 챔피언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의미를 설명했다. 또, CFS 역사와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얘기하는 선수들 인터뷰 영상도 공개했다.
CFS 2021엔 CFS 역사와 함께 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CFS 2021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AG ‘EVEN’ 쩡펑페이는 CFS 시즌1부터 참가한 CFS 역사 산증인이다. 지난 2014년 2월 시즌2 우승 이후 8번째 대회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베트남 셀러비.2L을 이끈 ‘RAMBO’ 반부이딘은 2016년 프리덤 게이밍 소속으로 처음 CFS 무대에 오른 뒤, CFS 2018에는 EVA 팀 소속으로 결승전까지 올랐다. 베트남 최고 실력자이자 인기 선수였지만 지난 3년간은 베트남 크로스파이어 리그가 진행되지 않아 글로벌 팬들에게 본실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대회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올해 베트남 크로스파이어 리그가 3년 만에 재개최되면서, 반부이딘은 한때 라이벌 팀이었던 BOSS.CFVN 출신의 ‘SHADY’ 퐁마이탄과 의기투합, 한국 숏폼 기업 셀러비 후원을 받으며 셀러비.2L을 결성해 CFS 2021 그랜드 파이널에 출전했다. 오랜만의 국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셀러비.2L은 이번 대회 4강에 오르며 많은 응원을 받았다. 특히 브라질 최강팀 중 하나인 임페리얼을 꺾었다는 점에서 베트남 팀들의 향후 행보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스마일게이트 여병호 실장은 “이번 대회를 개최하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점은 안전한 대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10회의 역사를 이어가며 새로운 CFS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며 “전세계 팬들의 성원과 각국 선수단 협조로 최고의 대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CFS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