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팩] 임태희 노동개혁 업적, 박근혜가 되돌렸다?
[깐깐한 팩트탐구] 윤캠 합류에 맞춰 업적 부풀리기 인터뷰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1997년 도입 文 정부가 7월 노조법 개정해 폐지한 것 김종인표 노동 정책 맞물려 윤캠도 촉각
윤석열 캠프 참여로 정계 복귀를 노리는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동조합법과 관련한 업적 부풀리기성 발언을 내놔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문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 전 실장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정책'을 관철해냈으나, 박근혜 정부가 이를 원점으로 돌려세웠다'는 내용이다.
팩트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탐구' 코너를 통해 이 주장을 검증했다. 그 결과 임 전 실장 발언은 '사실과 다른 자가발전'이었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1997년 노조법에 이미 도입된 것이며, 임 전 실장은 유예조치 해제와 타임오프제(time off,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도입했을 뿐이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별도 조직의 총괄상황본부장으로 윤캠에 몸담은 임 전 실장은 최근 주간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를 자신의 성과"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원점으로 돌린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규정이 삭제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였다.
타임오프제가 '귀족 노조' 빌미 줘
경총, 문제 해결 기대하지만 '글쎄'
임 전 실장은 노동부 장관 시절이던 2009년 7월,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타임오프제를 대안으로 지지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하되, 노동조합과 관련된 활동을 한 시간 만큼만 임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사용자측은 이를 '양날의 검'으로 받아들였다. 노조활동을 근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빌미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올해 7월부터다.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4조 제1항은 "사용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관련 활동만 인정받으면 집이든 휴양지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귀족노조의 투쟁'이 가능해진 셈이다. 반면 사용자가 이를 제한하려 하면 지배개입 행위로 간주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또 사용자에 대해서만 처벌을 규정한 노조법 81조는 노사간 불균형을 촉발시키는 대표적인 법안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금지 규정 삭제를 비롯해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을 확정했다. 그러면서도 경영계가 요구해온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 제도 개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임오프제가 시행된 지 8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달 30일부터 면제 한도 조정 절차에 나섰다. 노동계는 더 많은 노조 전임자를 두기 위해 면제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노조 업무를 전담하는 이들에 대한 급여는 노조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7월 노조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마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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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해설 : 타임오프제(time off, 근로시간 면제제도)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가 임금 손실 없이 급여를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제도다. 노조법 제24조에 근거해 지난 2010년 7월부터 시행됐다. 노조 규모에 따라 99명 미만인 경우 최대 2000시간, 100~199명은 3000시간 등으로 정해져 있는데 조합원 수가 많을수록 면제 한도 시간도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일본에선 노동단체 운영을 위한 사용자측의 경비지출을 노동조합 결격사유로 보지만 국내법은 모든 비용을 사용자측이 부담하는 구조다. |
김종인 만화책 기념회도 후원한 손경식
노조법 개정하려다 노동이사제 내주나
윤캠 전문가들 이중노동구조 악화 우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노조법 81조상의 부당노동행위 규정상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회장은 최근 임 전 실장 직속 상관격인 김종인 위원장 일대기를 다룬 만화책 출판기념회를 후원하는 등 로비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가 헛물을 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정의당과의 연정 조건으로 노동이사제를 넘겨주는 전략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2016년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인물이다. 또 그의 핵심 측근들 사이에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노동부장관으로 하는 연정안은 어떻게 보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독일식 노동이사제는 근본적 사상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의 입장에선 지난해 통과한 공정경제 3법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마지막 단추가 될 수 있지만 주주자본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한국의 법제도와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그동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주장해온 윤 후보의 의견과도 충돌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대선 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윤석열 캠프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캠프 고용노동정책위원장인 유길상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각한 상황에 근로자들의 대표성 등은 강화해야 마땅하지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는 것 자체는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시스템 하에서는 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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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 일자리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두 시장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고 보호가 잘 되는 대기업, 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의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의 근속연수 2.3년에 비해 약 6배가 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월평균 임금은 1차 노동시장이 2차 노동시장보다 약 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