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세계 1위 찍은 ‘지옥’, 연상호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
‘오징어게임’ 밀어내고 공개 하루만에 1위 파격적 설정과 디스토피아 세계관 정점 넷플릭스 10월 MAU 1000만 돌파할듯
연상호 감독 ‘지옥’이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간 1위를 지키고 있던 ‘오징어게임’은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으며 ‘지옥’에 자리를 내줬다.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 열풍에 힘을 더하고 있는 ‘지옥’의 매력은 뭘까.
20일(현지시간) OTT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발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넷플릭스 최고 인기 콘텐츠는 ‘지옥’이다. 인기 콘텐츠 10위권 안엔 한국 콘텐츠 3개가 자리했다. 1위 ‘지옥’, 2위 ‘오징어게임’, 8위 ‘연모’다.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 ‘지옥’은 다음날인 20일 한국과 인도네시아, 홍콩 등 24개국에서 인기 콘텐츠 1위에 올랐으며, 미국, 프랑스, 인도, 독일 등에서 2~3위를 기록해 총 84개국에서 평균 3.5위를 기록했다. ‘오징어게임’이 공개 다음날 글로벌 인기 콘텐츠 평균 6.2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옥’의 성장세는 제2의 ‘오징어게임’, 혹은 그 이상을 기대케 한다. 플릭스패트롤에서도 ‘오징어게임’은 공개 8일 만에 1위에 올랐다.
‘지옥’의 흥행 호성적은 ‘D.P’, ‘오징어게임’ 등을 통해 형성된 이른바 ‘K 콘텐츠’라 불리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앞장서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하지만, ‘지옥’ 콘텐츠 자체의 힘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많은 지원사격이 있었더라도 이 정도 흥행은 불가능했다. ‘지옥’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연상호 감독은 현대 사회 부조리와 인간의 본질을 작품을 통해 예리하게 그려왔다. ‘지옥’을 통해선 스스로 현실에 지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다시 질문을 던진다.
연상호 감독은 학교 폭력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그려낸 ‘돼지의 왕’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이후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해부한 ‘사이비’와 청춘들의 사랑, 우정, 미래에 대한 갈등과 혼란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졸업반’, 의문의 바이러스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린 ‘서울역’, ‘부산행’, ‘반도’까지 어둡고 냉정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본인만의 시각과 장르를 개척해나갔다.
공개 전부터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지옥’은 “올해 한국 드라마가 선보인 디스토피아 작품 모두를 능가한다” 등 연상호 감독이 보여준 작품 중 최고 정점을 찍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해체와 재건, 그리고 또 한 번의 해체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연상호 감독은 평범한 일상에 ‘지옥의 사자'를 소환해 합리성이 무너진 사회를 만들었다. 서울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지옥의 사자들이 나타나 ‘지옥행 시연’이 펼쳐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평범했던 세상은 하루아침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가 나타나 사람들을 선동한다.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현실을 감당하기 위해 새진리회를 맹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이 죄인으로 낙인 찍히는 또 다른 혼란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고, 비난하며 현실에서 다른 지옥을 만들어간다.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람들은 매화 충격을 선사하며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옥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현실에서의 지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통해 자신만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정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연상호 감독은 먼 미래나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 이곳에 ‘지옥의 사자’들을 소환해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 인간다움과 정의에 대한 직설적인 물음을 던진다. 살인인지, 천벌인지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신의 뜻이라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 앞에 놓인 이들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맹렬히 충돌하며 현실 속 또 하나의 ‘지옥도’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에 지옥행을 고지하는 천사와 이를 집행하는 사자의 강렬한 비주얼과,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지옥행 시연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볼거리가 더해진다. 웹툰 ‘지옥’은 파격적인 설정과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웹툰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웹툰 작업을 할 때부터 영상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고, 실제 원작 웹툰에 이어 시리즈에서까지 함께하며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를 더욱 견고히 했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배우들의 열연도 관람 포인트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등 배우는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 정의롭지 않은 인간을 향한 신의 경고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새진리회와 화살촉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세상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민혜진 변호사와 진경훈 형사, 무너진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는 배영재, 송소현 부부까지 각자 신념을 지키려는 다양한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배우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 등이 가세해 초자연적인 현상을 둘러싼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 탐욕과 광기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심혈을 기울여 캐스팅 조합을 완성시킨 연상호 감독은 “배우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며 “당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완벽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감동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을 고민하는 게 전부였다”고 말해 이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배우 유아인은 “작품에 대한 설명 몇 줄만으로도 끌림이 있는 작품이 있다. 대본을 보기도 전에 마음이 끌렸고, 대본을 보고는 미쳐버렸다”는 말로 ‘지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시장조사회사 닐슨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인 9월 넷플릭스 MAU(월간활성이용자)는 전월 대비 9.8% 증가한 948만명으로, 넷플릭스 국내 서비스 후 닐슨코리안클릭 조사 기준 최고치다. 신규 이용자 비중은 ‘오징어게임’ 공개 당시 9%에서 ‘오징어게임’ 공개 일주일 후 17%까지 증가했다. ‘D.P’,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옥’까지 콘텐츠 흥행 성공시, 10월 MAU는 가볍게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