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스타트업 VS 소상공인 갈등에 산으로 가는 '온플법'
플랫폼 업계 “빈대 잡자고 초가 태우나” 소상공인 맞불···“시장 견제 위해 필수” 학계, 충분한 논의 안 돼 시기상조 입장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및 이용자 보호 법안(이하 온플법)' 입법이 가속페달을 밟은 가운데, 반대측 플랫폼 스타트업과 찬성측 소상공인 업계 간 갈등이 격화돼 법안통과가 표류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온플법은 8건 이상 발의됐지만 모두 접수 단계에 머물고 있거나 입법 예고 중이다. 이같은 지연에는 플랫폼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업계 간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 측은 해당 법안에 지속적으로 반대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법안”이라며 처리 중단 및 신중 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소상공인 업계는 “상생을 염두한 최소한의 보호책”이라며 맞불을 놨다. 소상공인 측은 플랫폼 기업과 갑을 질서로 생긴 기존 피해는 타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에 일정의무를 부과한다. 일정의무란 △온라인 플랫폼 거래 표준계약서 마련 △공정거래 상생협약을 통한 수수료 갑질 규제 △허위 과장 광고 금지 등이 있다. 주요한 갑질 문제에는 과징금을 위반액 2배로 책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플랫폼 업계는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과도한 플랫폼 규제를 우려해서다. 특히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측은 법안에 대해 “수수료 및 과징금 법안 등 위헌적인 내용이 많다”며 입법 중단을 요청했다. 또 유통업과 다르게 플랫폼업은 보호법도 없는 처우를 제시하며, “인허가권 없는 정부 및 입법권자가 규제만 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플법이 미국·일본 등 해외법을 벤치마킹한 점을 들어 한국 플랫폼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로 플랫폼 기업을 제재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플랫폼이 많은 우리나라 실정과 다르다. 미국 시장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메타) 등 빅테크 기업 플랫폼의 시장점유가 높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점유율은 양사 모두 99%를 웃돈다. 또 가까운 일본도 15~30개 대형기업으로 한정해 규제를 적용한다. 이에 라쿠텐 등의 대기업 위주로 법을 적용받는 실정이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플랫폼 기업을 모두 묶어내는 규제가 과거 게임 셧다운제를 연상케 한다”며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백화점 입점 업체 선정에 쓰던 경제구조를 디지털업계에 적용하면 산업은 소극적으로 변모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역행하는 법안이 비대면 시장을 노리는 소상공인 진입장벽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소상공인 업계 생각은 달랐다. 업계는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비대면 진출 시 플랫폼 기업에 대응할 법 제정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이미 대다수 소상공인은 배민 ‘깃발 꽂기’ · ‘아이템 위너’ 방식 등 홍보·경쟁 의무 전가 및 고정 수수료 문제로 플랫폼 기업과 골이 깊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실장은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했다는 이유로 일률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소상공인에게 부당한 처사였다”며 “전용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장견제 수단으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 내 아이템 위너 방식 마케팅에 참여하면 같은 물건으로도 소상공인은 출혈경쟁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갈등이 거듭되자 학계는 중재에 나섰다. 학계는 법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선행하자는 입장이다. 실제로 입법예고 전 소상공인 갑질 사례 조사가 이행된 것과 달리, 기업 역차별 우려 등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이달 17일 열린 온플법 긴급 간담회에서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온플법 입법 목적과 취지는 좋지만 글로벌 영역을 염두 해야지 급히 처리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온플법 연내 처리는 미지수로 보인다. 당정은 12월 9일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온플법 정무위 소위심사를 24일로 미뤘다. 법안내용에 비슷한 내용이 많아 중복 규제 조정도 필요한 가운데 29일 상임위도 남아 있다. 이에 국회 일각에선 정기국회까지 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